태그 : 배트맨
2008/05/17 DC악인열전 - 조커編 [29]
2008/02/19 "배트맨 비긴즈"가 아직도 "프리퀄"이라고 알고 있는 바보들에 질려버렸다 [1]
중요한 점은 우리는 고담 시민이 배트맨을 바라보는 것처럼 배트맨을 바라볼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브루스 웨인이 돈빨을 발라 "극적요소와 신비주의"를 만들어 낸다는 뒷 이야기를 알고 있기에
저렇게 활동하려면 분명히 돈이 많아야 할텐데 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신비주의"에 속고있는 사람들은
그게 돈 때문에 가능 한 건지 그 놈이 마술사인지 아니면 외계인인지 크리쳐인지 모릅니다.
그냥 신출귀몰하는 공포스런 존재일 뿐이죠.

삶은 달걀 밑을 깨면 달걀을 세울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달걀 세울 수 있어" 뭐 이렇게 생으로 물어 보았을 때 갸우뚱 하는 사람들 보고 "병신들 그것도 모르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또 다른 이야기
고담 시민들이 브루스 웨인을 바라보는 느낌을 이해하기 위해 한가지 가정을 해봅니다.
가정.
어느날 현실의 미국, 뉴욕에 어떤 히어로가 나타났다고 가정합시다.
날랜 느낌의 여성형 히어로로 마치 뱀처럼 어둠을 틈타 범죄자들을 꼼짝 못하게 하고 경찰에 넘겨놓고 갑니다.
방법도 신출귀몰합니다. 진짜 사람인지 돌연변이 코브라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본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빨이 30센티라는 둥, 눈에서 광선이 나간다는 둥, 잇사이로 독을 쏜다는 둥 뭐 여러가지 공포스러운 묘사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코브라걸이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그녀가 뉴욕의 밤을 수호하기 시작한지 1년 정도가 지난 어느날
누군가 그녀의 정체를 폭로합니다.
그녀의 정체는 무려!!
파리스 힐튼.

사람들의 반응이 상상이 되십니까?
그녀는 재산이 많고 시간도 많다 게다가 아끼던 치와와가 범죄자의 손에 죽임을 당해 어쩌구 라고
아무리 증거를 들이대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게 무슨 귀신 종자탈피섭취하는 소리냐고 이야기 할꺼에요.
(물론 배트맨 팬들은 아마도 가능한 이야기라고 납득해 버릴만도 하지만)
그래서 제 생각에는 리스가 브루스 웨인이라고 불었어도 본인만 병신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걸 믿는 일부의 사람들 때문에라도 브루스의 인생이 잠시 피곤해지기는 했었을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파티하다가 술취해서 손님 쫓아버리고 저택까지 태워먹는 돈많고 얼굴만 반반한 병신이니까 말이죠.
오늘의 교훈: 그런데 정말 파리스 힐튼이 코브라걸 일까?
# by | 2008/08/20 14:00 | 잡동사니, 흔적, 기타 등등 | 트랙백 | 핑백(1) | 덧글(26)

배트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숙적(Nemesis)은 누구입니까?
미국 히어로물 전체를 통틀어 가장 화려한 악당캐릭터 진용을 적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트맨이지만
그 쟁쟁한 악당들 가운데서도 조커는 으뜸가는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조커의 기믹은 한마디로 “미친광대”라 할 수 있습니다. 백화된 피부, 녹색 머리카락, 지워지지 않는 붉은 입술, 웃는 모습으로 고정된 안면근육,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보라색 정장과 액세서리. 외모의 변형은 화학약품에 빠지는 사고 때문이지만 그의 기괴한 사고체계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습니다. 대체로 사고 전 부터 원래 사이코패스였다는 주장과 사고 때문이라는 주장 두가지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조커의 특징적인 무기는 바로 “조커 베놈(조커독)”이라는 일종의 화학약품입니다. 이 약품에 노출된 희생자는 웃는 모습으로 죽습니다. 미치게 한다거나 얼려버린다거나 두려움에 떨게한다거나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죽여 버리는 즉사성의 살인무기로 조커의 “살인마”로서의 성격을 반영합니다. (물론 후일 에피소드에 따라 그 독성은 조절되지만 기본적으로 조커베놈은 맹독입니다)
작가들이 조커를 만들면서 "웃으면서 죽는 독"이라는 기믹을 넣을 때는 밑도 끝도 없는 일종의 "도시 전설"을 참고 했다고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기믹 뒤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파상풍에 걸리거나 맹독(특히 스트리키네 류)에 중독되면 얼굴이 웃는 모습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증상이 발생합니다. "리수스 사르도니쿠스"(우리말로 경소, 경련웃음이라는 뜻)라는 거창한 의학용어까지 가지고 있는 증상입니다. 한마디로 조커베놈은 급속의 파상풍균 혹은 파상풍유발물질 내지는 스트리키네 성분의 독극물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조커의 기믹은 범죄현장에 그의 시그니쳐인 “조커”가 그려진 트럼프 카드를 남겨 놓는 것입니다. 사실 초창기 부터 있었던 기믹이지만 워낙 화려한 범죄를 저지르다 보니 작가들도 카드 놓는 걸 종종 까먹고 최근에는 잘 쓰여지지 않아서 잊혀거 아니냐는 의심도 들었습니다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의 에필로그 부분에 인상적으로 사용됩니다.
조커의 별명은 바로 “Clown Prince of Crime (범죄계의 광대 왕자)”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Crown Prince(왕세자)”라는 말을 가지고 만든 말 장난입니다. 고담시의 "범죄의 총아"로 꼽히는 인물답게 조커는 배트맨의 가장 큰 숙적입니다. 무슨 일만 터지면 배트맨은 일단 조커부터 의심하고 조커는 입버릇처럼 배트맨을 무찌를 수 있는 것은 자는 자기 자신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심지어는 다른 악당이 배트맨을 무찌를 것 같으면 훼방을 놓기도 하고 스스로 배트맨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아도 "너 없으면 내가 무슨 재미로 사니"라는 식으로 살려주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커가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단 한가지, 배트맨과 함께 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둘의 관계는 아주 기괴하게 뒤틀려버린 "놀이터 우정"처럼 보입니다. 한마디로 조커는 배트맨 때문에 존재하는 겁니다. 배트맨에 대한 조커의 광적인 집착은 표면적으로는 자신이 배트맨 때문에 화학약품통에 빠지게 되었다는 개인적 원한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배트맨에 대한 조커의 기묘한 동지의식 (코스츔 변태로서의) 때문이기도 합니다.
배트맨의 역할이 본질적으로 “탐정”이라면 조커의 역할은 “연쇄살인마”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1940년대 첫 등장 후 초기 12편 정도의 에피소드에서 조커는 40명에 가까운 사람을 죽이는 활약상을 보여줍니다. 19세기 실존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나 베르히트 作 “서푼짜리 오페라”의 “칼잡이 맥”이라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살인마 조커”의 강렬한 존재감은 초기 배트맨 시리즈에 독특한 색채를 부여했고 시리즈 초기 부터 “배트맨”의 가장 대표적 숙적의 위치로 올라서도록 했습니다.
정체에 얽힌 미스테리
조커에 대한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그의 중요성이나 위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의 공식적인 정체는 “미상”으로 남겨져 있다는 점입니다.
1951년 “디텍티브 코믹 168호”는 데뷔 12년이 지나서야 최초로 조커의 기원을 설명합니다. 조커의 정체는"레드 후드"라는 복면절도범이라는 것이 새롭게 소개된 조커의 기원이었습니다.
조커가 되기 전, "레드 후드"는 머리를 통째로 가리는 빨간 복면을 쓰고 부하들을 거느리며 범죄를 일삼는 소규모 절도단의 보스였다는 이야기입니다. 화학약품 공장절도 시도 때 배트맨과 대치하게 되고 결국 그 상황을 벗어나려다 화학약품통에 빠지게 되어 결국 조커로 다시 탄생한다는 전통적인 "조커의 오리진"설정은 이 에피소드에서 최초로 정립됩니다만 조커가 누구냐라는, 정작 중요한 "조커의 정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DC는 교묘하게도 조커라는 가면 아래 또 다른 가면을 쓴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꼼수"를 쓴 셈이 된거죠. 즉 조커가 누구냐라는 질문에 "레드 후드"라는 답을 내리면서 "레드 후드의 정체는 누구인가?"라는 또다른 질문이 꼬리를 무는 "로스트" 시즌 맺기 같은 짓을 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1988년에 발표된 걸작 알란무어의 걸작 “킬링 조크”는 이런 고전적인 설정을 넘어서 “레드후드”였던 그 남자의 정체를 탐구하고자 하는 시도를 합니다. 이 작품의 스토리라인은 조커가 고든 서장을 미치게 하려는 계획과 조커 본인의 회상,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됩니다. 그의 회상 속에서는 화학회사의 엔지니어였지만 꿈은 코미디언이었던 한 남자가 소개됩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까지 그만두고 노력하지만 워낙 특이한 유머감각과 재능부족으로 인해 실패하고 맙니다. 임신한 아내까지 딸린 채로 생계가 막막해져 버린 상황에서 “레드후드”가 이끄는 조직의 조직원들의 유혹에 빠져 전 직장인 화학약품공장을 털 범죄를 계획합니다.

조커에 정체에 대해 가장 많이 알려진 설은 “잭 네이피어”입니다. 특별히 우수해서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고 만화책에 비해 파급력이 어마어마하게 큰 매체인 “극장영화”로 소개 되었기 때문입니다. 1989년 팀버튼이 만든 “배트맨”은 잭 네이피어라는 범죄자를 배트맨 부모의 원수이자 조커의 정체라고 소개합니다. 이는 여러가지 면에서 팬들의 원성을 사게 된 무지막지한 설정파괴였습니다. 오랜새월 만화가 전통을 가지고 구축해 놓은 “배트맨 대 조커”라는 “두 싸이코의 이념적 대립”이라는 수준높은 갈등을 “부모의 원수”라는 신파극으로 바꿔 놓는 만행인 셈이었죠. 영화자체의 완성도나 예술성은 뛰어났고 일반대중 사이에 배트맨을 알리는 커다란 공헌을 한 작품이었지만 원작의 설정과의 일치라는 점에 있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조커에게 이름을 주지 않는 것은 DC의 일종의 불문율 식으로 지켜져 오던 법칙이었습니다. 51년엔 "레드후드"라는 또 다른 닉네임인 만들어 줌으로써, 그리고 88년의 "킬링조크"에선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되도록 스토리 구성을 함으로써 작가들은 그의 이름을 철저히 감춘 바 있습니다. 영화의 영향이나 파급력때문인지 몰라도 89년 팀버튼 판 “배트맨” 이후로 조커의 전신을 “잭”이라고 부르는 일이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배트맨 시리즈인 “Gotham Knights”중 2004년에 4회 분량으로 발매된 “Pushback”이라는 스토리에선 “킬링조크”에서 다뤄진 슬픈 코미디언의 이야기가 리들러의 회상 속에 나옵니다. 이 회상 속에서 조커는 잭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영화판 때문에 한 번 벌어진 허탈한 사고일까요?
2007 2월 DC의 젊은 작가들에 의해 시작된 “Batman: Confidential”이라는 새 시리즈는 배트맨의 초창기를 다룹니다.
현재 두번째 스토리아크인 "Lovers and Madmen”에는 너무 완벽해서 세상에 어려운일이 없기에 우울한 천재범죄자인 "잭"이 나옵니다. 이 모든 것이 지겹기만한 천재범죄자가 조커의 정체라는 이야기는 운나쁜 코미디언이 조커의 정체라고 이야기한 "킬링조크"의 스토리라인과는 정면으로 배치하고 있습니다. 조커가 되기 전에 이미 심각한 수준의 사이코패스였다는 설정과 "잭"이 조커로 변하게 된 사건 뒤에 배트맨의 의도가 깊게 관여된 점 등을 보자면 오히려 영화판의 "잭 네이피어"쪽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말로 "Lovers and Madmen"의 연재가 끝났고 영화 개봉시점에 맞춰 에피소드를 묶은 TPB가 발간 될 쯤에 "조커=잭"설에 대한 DC의 입장이 밝혀질 듯 합니다. 하지만 공식 사이트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DC는 조커의 과거가 역시 선택지가 있는 객관식으로 남겨 놓고 싶어하는 듯합니다.

사실 잭이라는 이름은 조커에게 참 어울립니다. 조커를 만드는데 모델이 된 살인마 “잭 더 리퍼”의 영향도 엿보이고우리 나라로 치면 “철수”쯤 되는 흔한 이름이라는 사실이 주는 상징성 때문일 수도 있겠죠. “철수 영희”라는 영어 표현이 “Jack and Jill”, 그리고 파이트 클럽의 이름 모를 주인공 역시 스스로를 “Jack”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한마디로 너도 나도 조커라는 조커의 꿈을 반영한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TV애니메이션판(TAS)은 직접적으로 조커의 정체에 대해 다루지는 않았지만 TAS의 극장판이라 할 수 있는 걸작 장편 애니메이션인 "Mask of Phantasm"에서 조커는 마피아 보스 살바토레 발레스트라의 운전사/행동대원 출신인 걸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악행의 기록
조커가 저지른 수많은 범죄들 중 배트맨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업적(?)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배트걸의 은퇴 - 고든 서장의 조카이자 수양딸인 바바라 고든이 한창 배트걸로 활동할 무렵 조커는 고든 서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행동의 일환으로 그녀의 척추에 총을 쏩니다. 결국 그녀는 하반신 마비에 걸려 배트걸의 이름을 버려야만 하게 됩니다. 이 후 바바라 고든은 그녀의 천재적인 컴퓨터 스킬과 두뇌를 이용하여 수퍼히어로들을 위한 정보 브로커의 역할을 하는 "오라클"로 거듭나게 됩니다. 
2. 사라 에센 고든의 살해 - 고담시가 지진으로 작살이 난 후의 혼란을 그린 에피소드 "No Man's Land"에서 조커는 고든 서장의 두 번 째 부인이자 고담경찰의 동료인 사라 에센의 머리에 총을 쏴 죽입니다.

3.인저스티스 리그의 설립 - 수퍼맨의 숙적 렉스 루터와 함께 저스티스 리그에 맞서는 단체를 만듭니다. 대놓고 싸워보자는 네이밍센스는 바로 조커의 특성 그대로 입니다.


집계기간인 3일동안 무려 10,000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고 결과는 5,343표 대 5,271이라는 백 몇표 차이, 그야말로 박빙으로 "로빈은 죽는다"라는 쪽으로 결정이 나게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말입니다 이런 종류의 투표는 정말 바보같은 짓이라는 거죠. 2004년도 켈로그 파맛시리얼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코맛시리얼 대 파맛시리얼"이라는 짜고 치는 것 같은 설문 조사도 "설마 파맛을 만들겠어?"라는 엉뚱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88년에도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로빈을 죽이냐?"라고 찬성표를 던졌지만 "진짜 로빈을 죽이는지 볼까?"라는 심정으로 표를 던진 사람들도 많았다는 이야기 입니다. 
결과를 집계한 DC는 투표결과를 "조작"할 수도 있었지만 충격적인 투표결과를 "현재의 로빈은 인기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해버리고 투표결과를 정직하게 공개한 후 배트맨이 폭사당한 로빈의 시신을 부여안고 우는 충격의 3회를 내보내게 됩니다.

이 결과에 대해 진짜 DC를 아끼던 사람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죠. 진짜 캐릭터에 대해 애착을 갖는 사람들의 의견보다 그저 재미로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자신들이 소중히 여기는 세계를 망가뜨린 셈이니까요. 결국 이러한 불만 수렴은 후일 제이슨 토드를 드래곤볼을 모아 되살려내는 기폭제가 됩니다만 되살아난 제이슨은 자신의 자리가 이미 팀 드레이크라는 3대 로빈(그것도 자기보다 훨씬 뛰어나고 개성있는)에 의해 채워졌고, 배트맨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복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절망하여 악역화되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로빈편에서 다루겠습니다만)분노한 제이슨이 스스로를 "레드 후드"로 부르며 붉은 가면을 쓰고 다는 사실은 조커와의 관계에서 상징적인 모습입니다.

조커 탄생의 비화
1940년, 배트맨이 데뷔1년만에 Detective Comics라는 포맷을 넘어 스스로의 독자적인 만화시리즈로 발전되는 그 순간, 그 역사적인 Batman #1 (계간 배트맨 통권1호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에는 후일 배트맨에게 영향을 끼칠 두 캐릭터가 소개가 됩니다. 하나는 셀리나 카일, 후일 캣우먼으로 불리게 되는 여도적이고 (여기서는 "더 캣"이라고 소개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조커였습니다. "Detective Comics"라는 "월간 앤솔로지(여러 캐릭터 이야기가 한꺼번에 들어 있는 형식의 만화잡지 포맷)"에서 배트맨이 상대했던 그 동안의 악당들은 대부분 마피아들이나 "미친 과학자"류의 캐릭터였습니다. 배트맨 독립시리즈의 출범과 함께 DC는 당시 데뷔 10년차를 바라보는 유명한 시리즈인 "딕 트레이시"의 성공요인 중 하나였던 "화려한 악당 캐릭터 로스터"를 짜주기 시작합니다. 조커는 그렇게 출발하게됩니다.
조커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영화작품은 1928년에 만들어진 흑백무성영화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입니다. 독일 표현주의 영상작가들의 헐리우드 진출이 활발했었던 1920년대 중후반, 유니버설 호러 클래식의 틀을 정립한 시네아스트 파울 레니는 "웃는 남자"라는 빅토르 위고의 생애 최고의 걸작을 영화화 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어릴적 인신매매단에 팔려 기괴한 수술을 받고 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입구조가 고정되어버린 끔찍한 운명의 소유자 "그윈플레인"입니다. 영화에선 이 역할을 "칼리가리 박사의 옷장"로 유명한 콘라드 바이트가 맡았는데 실제로 외과적으로 고정되어버린 듯한 그의 끔찍한 미소는 예술영화를 즐겨보았던 배트맨의 스토리작가인 빌 핑거의 머리 속에 각인 되었고 자연스럽게 조커의 이미지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조커를 만들어 낸 사람들은 배트맨을 만들어낸 빌 핑거, 밥 케인 듀오 그리고 당시 밥 케인의 어시스턴트로 만화계에 입문한 잉커(inker, 펜슬러의 밑그림을 잉크로 트레이스하는 사람)인 제리 로빈슨 이었습니다. 이 셋 중에 누가 먼저 조커를 생각해 내었는가에 대해서 나중에 세명 아니 핑거/케인 듀오와 로빈슨 양자가 추하게 물고 뜯는 모습을 보여줍니다만 대충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케인: 빌이 콘라드 바이트의 사진을 들고 와서 이게 바로 "조커"다 라고 먼저 말했다.
제리 로빈슨: 트럼프의 조커카드를 바탕으로 내가 아이디어를 냈으니 내가 만든 것이다. 빌은 내 스케치를 보고 "콘라드 바이트 같네"라고 이야기 했을 뿐이다
미소의 비밀
어느 쪽의 이야기가 맞든 초창기 조커의 표정은 콘라드 바이트의 걸출한 연기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 과장되고 기괴한 미소가 조커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지만 재밌는 것은 조커의 웃음이라는 현상의 본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조커의 웃음이 물리적으로 고정된 것인가 아니면 심리적으로 고정된 것인가 아니면 그냥 자주 짓는 표정에 불과한가라는 것에 대해 잘못된 선입관이 널리 알려져 있다는 이야기죠. 만약 다음과 같은 퀴즈문제가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답하겠습니까?
다음 문장은 참인가 거짓인가?
- 조커는 화학약품에 빠져서 얼굴이 미소짓는 채로 고정되어 버렸다
ⓐ 참
ⓑ 거짓
정답은 "거짓"입니다. 원래 만화판의 조커의 미소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조커는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지만 주로 웃는 모습을 하고있을 때가 많을 뿐이죠. TAS에서도 "웃는 채 고정된 입" 같은 것은 아예 설정에서 빠진 듯 다양한 표정의 조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조커의 미소가 고정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최초로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은 팀 버튼의 영화에서 입니다만 여기서의 원인도 화햑약품 때문이 아니라 총상을 치료하기 위한 "성형수술" 때문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팀버튼의 조커에서 볼 수있는 "수술에 의한 안면기형"이라는 요소는 빅토르 위고의 "웃는남자"에서 전해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만화판의 조커를 뛰어넘어 조커의 프로토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그윈플레인"을 참조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물론 팀 버튼 이전에도 조커의 미소가 고정된 것이라는 오해가 있었습니다. 이 오해는 조커의 무기인 조커 베놈의 특징에서 기인합니다. 사람이 웃는 모습으로 고정된 채 죽어버린다라는 조커베놈의 효과에서 "고정된 미소"라는 이미지가 나왔고 그것이 조커에게 씌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조커가 스스로 조커베놈의 영향으로 고정된 미소를 가지고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근거없는 추측에 불과합니다.
최근에 그랜트 모리슨은 성형수술 실패로 미소가 고정된다는 모티브를 사용해서 조커의 모습을 바꾸는 시도를 합니다. 2006년 "배트맨 655호"에서 조커는 배트맨을 사칭한 경찰에게 얼굴에 총을 맞는 변을 당합니다. 그 덕분에 철저한 안면복구 수술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아캄 정신병원에서 성형수술이 끝난 채로 깨어납니다. 수술의 부작용으로 입이 웃는 모습으로 고정되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조커는 서서히 부활을 꿈꾸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여기서의 새로운 조커의 이미지는 "고로시야 이치"에서의 가키하라를 연상시킬 정도로 기괴한 모습입니다.


그것은 1940년대 전형적인 조커 스토리 마지막 부분, 벼랑에서 떨어져버린 조커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했습니다. 벼랑에서 떨어진 조커를 확인하기 위해 배트맨이 달려가지만 조커의 시신은 간데 없죠. 만화의 그런 모습이 보여주듯 조커의 오랜 침묵은 그의 화려한 귀환을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1973년, 무려 9년의 시간이 흐른 후, 조커는 "Joker's Five Way Revenge"이라는 에피소드로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립니다. 이 작품에서의 조커는 그야말로 꼴리는대로 죽이는 그의 본연의 모습인 "살인마"로 그려집니다. 오랜 검열의 시간을 견뎌내고 드디어 배트맨을 상대할만한 맞수의 위치로 돌아오는 순간이었습니다.

TAS에서의 조커 - 가장 큰 선물
폴 디니라는 천재적인 프로듀서에 의해 90년대에 탄생된 TV애니메이션 “Batman:The Animated Series”(줄여서 TAS)는 다들 아시는 대로 훌륭한 작품이었고 배트맨 시리즈에도 커다란 족적을 남겼습니다. 팀 버튼의 영화는 “배트맨 프랜차이즈”의 식구일 수 있어도 결코 “배트맨 세계”의 일부는 절대 될 수 없는, 한마디로 원작팬들에겐 찬밥신세를 받고 있는데 반해 TAS는 나름대로 원작과의 차이를 가져가면서도 지킬 것은 지켜준 의미 있는 시리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TAS판이 조커에게 준 영향 중 가장 선물은 바로 “할리퀸”이라는 조수 캐릭터입니다. 처음에는 우발적으로 만들어지다시피한 캐릭터였지만 배트맨에게 있어 로빈의 존재같은 조수캐릭터가 조커에게 주어짐으로서 "배트맨의 대칭"이라는 조커의 특성이 비로소 완성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결국 할리퀸 TAS에서 시작되었지만 DC코믹스의 세계에 없어서는 안될 캐릭터로 자리잡게 됩니다. 
팀버튼의 조커 - 캐릭터에 대한 연민
만화를 접하지 않으신 분들이 팀버튼 조커의 문제점에 대해서 실감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서 비유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10년 후 조지 루카스가 죽은 다음에 누군가 "스타워즈"를 리메이킹하겠다고 나섰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스토리 라인을 오비원이 루크의 아버지고 루크와 다스베이더의 관계를 불구대천의 원수관계라고 바꿨다고 한다면 어떤 반응들이 나올까요? 먼저 영화가 잘 만들어 진다면 나름 재밌다고 칭찬을 들을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오리지널 스타워즈가 만들어 놓은 "철학"을 뒤흔들어 놓는 것에 대해 원작 팬들은 아마 좋게 생각할 수는 없을 겁니다.(물론 리메이크 스타워즈로 스타워즈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다스베이더가 루크의 아버지라는 오리지널의 이야기 쪽에 분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팀버튼의 조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두가지 입니다. 먼저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조커=아버지의 원수"라는 해괴한 설정을 해놓은 것입니다. 배트맨 만화의 세계는 그야말로 넓고도 깊습니다. 이미 여기서 완성될 대로 완성된 설정 그리고 그 설정의 토대가 되는 세계관과 철학이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배트맨은 매우 정신적으로 불안한 캐릭터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인해 보이고 자기제어가 잘 되는 캐릭터,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캐릭터이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언제나 미칠 것이 부글거리고 있습니다. 배트맨의 불안정성을 만드는 원인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사적인 복수의 의무"입니다.
팀버튼은 부자관계를 다룰 때 크리스 컬럼버스(홈얼론)를 방불케하는 약해빠진 모습을 보여주는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부자관계를 서술의 액자로 사용했던 "빅 피쉬"가 마치 버튼이 어설프게 제메키스 흉내를 내는 것처럼 보였던 점이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도 원작파괴의 과감함을 보이고는 결국 불완전연소에 불완전타협을 하고만 윌리웡카와 아버지의 관계의 묘사 등에서 보여지는 뭔가 불만족스러운 이야기풀이가 배트맨에서는 "복수의 완성"이라는 형태로 등장합니다. 어떤 무리수를 동원해서라도 웡카와 아버지를 화해시켰던 것 처럼 브루스 웨인이 아버지 복수를 못하고 고통에 떠는 모습을 마음이 여린 팀 버튼은 견딜 수 없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원작과의 설정차이의 문제는 제외하면 팀버튼 판의 조커는 잭 니콜슨의 신들린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흥미로운 악역입니다. 결국 니콜슨이 연기한 조커는 AFI선정 영화 속 50대 악인에 등극하는 영예를 누리게 됩니다.
"다크나이트"의 조커 - "그렇습니다 조커는 원래 무서운 겁니다"
놀란의 배트맨을 보면 캐릭터들의 역할을 현대적으로 정의한 점이 강합니다. 배트맨은 닌자, 스케어크로우는 악덕 정신과 의사, 라스알굴은 사교집단의 전설적 상징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조커는 사이코패스인 테러리스트로 재해석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커의 캐릭터에 대한 깊은 탐구 보다는 마치 사고를 치고다니는 요소로 활용될 가능 성이 높습니다. 한마디로 무슨 "자연재해"처럼 다뤄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놀란 감독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다크 나이트의 중심 스토리는 하비덴트의 변화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실 팬의 입장에선 어설프게 조커의 내면을 탐구하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사고치고 사라지는 쪽이 훨씬 조커 답다는 생각입니다. 놀란 감독의 인터뷰에서 "조커는 조커 잖아요"라는 말이 바로 그런 의도를 함축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고편에서 중화기를 다루는 장면을 보면 "예측불능이라 무서운 조커"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듭니다. 굉장히 어설프게 무기를 다루는 모습은 진짜 "미친놈"처럼 보여서 불안하기 그지 없습니다. 알프레드 역을 맡은 마이클 케인 역시 히쓰레저와 함께 나오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히쓰의 미친 기운에 겁먹고 대사까지 까먹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조커를 맡은 레저의 탁월한 연기는 예고편에서 조금 씩이나마 보여집니다. 로켓런쳐를 휘두르며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발사해버리는 식의 모습은 원작의 "거칠 것 없는 조커"의 근원적 정서를 그대로 재현해냅니다. 만화 속이라는 안전거리를 뛰어 넘어 실제로 저런 예측불허의 사이코가 바로 곁에 있을 때 얼마나 무서울까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레저의 조커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의 특징인 "이들이 만약 현실에 존재한다면 이럴 것이다"라는 "상징적 리얼리즘"의 구체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커를 알고 싶은 그대를 위한 필독서
끝으로 본문 중에 소개된 작품들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Batman: Killing Joke (1988) - 알란무어 글, 브라이언 볼랜드 그림
조커의 오리진 부터 배트걸의 은퇴까지 이 후 배트맨 세계에 변화를 불어올 많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팀버튼의 배트맨에도 큰 영향을 준 작품이기도 하고 놀란 감독이 히쓰레저에게 보낸 스터디 자료 중에도
당당히 끼어있는 걸작만화 입니다. 현재 영화 개봉에 맞춰 3월에 하드커버로 스페셜 에디션이 발간되었습니다.
2. Batman: Man Who Laughs (2005) - 에드 브루베이커 글, 덕 만키 그림
그랜트 모리슨과 함께 21세기의 배트맨을 이끌어가는 작가인 에드 브루베이커의 작품입니다.
조커와 배트맨의 첫만남을 다룬 1940년의 최초 에피소드를 재해석한 이야기로 조커에 대한 충실한
애정이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1월에 하드커버로 재발매 되었습니다. 킬링조크와 연달아 읽으면 좋습니다.
3. Batman Confidential: Lovers and Madmen (2007) - 마이클 그린 글, 데니스 커원 그림
"히어로즈"의 작가로 유명한 마이클 그린이 써나가는 "배트맨:컨피덴셜" 두 번째 이야기 입니다.
조커의 가장 최근 해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향후
작년 말로 격월 연재가 끝났고 3월말에 TPB로 발매되었습니다.
4. Batman: a Death in the Family(1988) - 짐 스탈린 글, 짐 어파로 그림
본문 중에 소개된 로빈의 죽음을 다룬 바로 그 작품입니다.
- 본 포스트는 예전에 DP에 썼던 글을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 by | 2008/05/17 14:19 | 히어로물이라는 쾌락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9)
물론 바보(Idiot)라고 부르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인 것 같다.
단지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였을 뿐(misinformed) 인데 말이다.
사실 "프리퀄"이라는 말의 발음이 좋아서 어떻게든 한 번 쯤 써먹어보고 싶어서
마치 호치키스나 롤로덱스를 처음 써보는 10살짜리 어린애들처럼 여기저기 박고 다는 것일 수도 있다.
생소한 단어나 개념이 주는 권력에 취하는 것은 역시 얼치기 글쟁이들의 특권이다.
(나체졸업식이 젊은 그들의 특권인 것 처럼 말이다)
뉴라인시네마의 차기 대형 프로젝트인 "호빗"이 나올 때 쯤이면 이들은 신날 것이다. 얼마나 좋아 프리퀄이라고 얼마든지 이야기 할 수 있어서. 게다가 "호빗"은 프리퀄 맞다. 영화 자체의 프리퀄이 아니라 하더라도 프리퀄의 영화화다.
그러니까 그냥 프리퀄이란 말을 쓰려면 기다렸다가 호빗 나올 때쯤 꺼내기 바란다.
팀버튼의 "배트맨"이 우리나라 관객들이 대부분이 처음 접하는 배트맨이기 때문에 다들 그게 무슨 원작인 것 처럼 생각하는데 그건 대단한 착각이다.
배트맨은 193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캐논"화 되어 있는 원작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 프랜차이즈다.
스타워즈의 원전이 "영화"라는 매체 인 것처럼 배트맨의 원전은 "코믹스"라는 매체다. 만화에서 시작되고 만화에서 계속 발전하고 있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팀버튼의 "배트맨"은 이런 세계를 영화화 시킨 작품이고 이런 배트맨이라는 "신화적(Mythical) 캐릭터"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다.
여기서 팀 버튼의 작품이 얼마나 원작의 세계관과 설정을 무시했는가 투덜거리는 것은 커다란 의미는 없다. 팀 버튼의 작품이 배트맨의 본질을 개무시하는 커다란 죄악을 저질렀지만어떤 의미에서 설정파괴는 "각색"의 또 다른 모습 이기도 하고 게다가 결과물인 영화 자체도 흥미롭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굳이 "나는 원작을 많이 안다"는 잘난 척 이외에는 커다란 의미가 없는 "차이점 지적"은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그건 다른 "아는 체"하는 글에서 신나게 다루고 있으니까) 팀버튼이 해석하고 만들어 놓은 "배트맨"이야기는 4편으로 끝났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물론 절반은 팀버튼이 구축하고 절반은 조엘 슈마허가 무너뜨린 시리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크리스토퍼 놀런이 "배트맨 비긴즈"를 시작하면서 이건 "배트맨 5"도 "배트맨 프리퀄"도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갔다. 브라이언 싱어가 만든 "수퍼맨 리턴즈"는 확실히 리차드 도너의 70년대 영화와의 연관을 "주장"하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따라서 그것은 전 세대의 이야기와 하나의 연속성 속에서 감상되어야 하는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브라이언 싱어 스스로도 그런 식의 감상을 권유한 바 있다. 하지만 "배트맨 비긴즈"제작에 임하는 크리스토퍼 놀런과 워너브라더즈의 Exec들이 보여준 태도는 그와는 달랐다. 새로운 21세기에 걸맞는 배트맨 영화 시리즈의 새로운 출범, 새로운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새로운 시리즈는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긴즈의 다음이 "배트맨(1989)"가 아니라 바로 올 해 개봉예정인 "다크나이트"인 것이다.
따라서 절대 프리퀄 아님이다.
여기까지 이야기해도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다른 비유를 들자면, 팀버튼의 배트맨시리즈와 놀런의 배트맨을 연관지으려는 행위는 리처드 챔벌린 주연의 "본 시리즈"(TV특집극)과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시리즈"(극장판)를 같은 연속성(Continuum)상에서 연관지으려운 행위 만큼이나 웃기는 일이라는 거다. 서로 포맷이 다르다고 불만이 있으신 분을 위해 포맷을 맞추자면 "어싸인먼트"의 후편이 브루스 윌리스와 리차드 기어가 나오는 "자칼"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라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 둘다 "전설적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자칼을 모델로 하고 있지만 다른 접근이지 않는가?
또 한가지
"다크 나이트"와 "다크나이트의 귀환" 역시 전혀 상관 없다.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의 귀환"은 훌륭한 작품이지만 아마 영화로 만들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아직까지 본스토리가 아닌 "가정형 미래"까지 영화화할만큼 배트맨의 골수팬베이스는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 by | 2008/02/19 16:51 | 영화라는 쾌락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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