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05일
알렉스 로스: 히어로 전담 초상화가 [아카이브]
이 이미지를 기억하십니까?

1편의 기억을 새록새록나게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앞으로 펼쳐질2편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몸서리치게 했던 이 유명한 스파이더맨의 오프닝 시퀀스는20세기가 낳은 영상천재 중 하나인 카일 쿠퍼의 작품입니다. 이 오프닝의 묘미는 매우 다층적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한 번의 플레이로 여러가지 의미를 전달한다는 것이죠. 이 영화는 만화원작이다, 마치 양파를 벗기는 듯한 이야기의 재미가 있을 것이다, 1편에선 이런 이야기들이 진행되었는데 혹시 기억은 나느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세계는 예전의 신화의 세계와도 같은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소재다 등의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메시지에서 키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저 일러스트들입니다. 이 일러스트를 담당한 사람은 바로 알렉스 로스라는 수퍼히어로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Artist

알렉스 로스는 1970년 생으로 어머니와 할아버지가 일러스트레이터인 미술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3살 때 이미 방금 본TV광고를 도화지에 옮겨 내는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였던 로스는 어릴 적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인 “일렉트릭컴퍼니”에 나온 스파이더맨을 보고 아예 그 길로 인생을 확정지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가가 되기로 맘을 굳힌 거죠. 알렉스 로스의 성장은 그야말로 타고난 재능과 조기교육이 합쳐진 환상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70~80년대의 미국만화계는 청동시대(Bronze Age)에 해당합니다. 60년대를 장식했던 은시대(Silver Age)의 영광이 이어지고는 있었지만 만화의 판매량도 영웅에게 보내는 시선도 예전 같지만은 않았습니다. 알렉스 로스는 이런 상황에서 조지페레즈나 버니 라잇슨, 드라마틱한 표정으로 유명한 거장 닐 아담스 같은 은시대의 스타만화가들의 작품을 보고 자라게 됩니다. 일찌감치 17세에 미술학교에 진학했고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20세의 나이로 곧바로 상업미술계에 투신하여 광고일러스트레이터 및 만화 펜슬러로 활동하게 됩니다. 23세 때, 황금/은시대의 수퍼히어로들 에게 바치는 명작, Marvels로 스타덤에 올랐고 이 후로 DC와 마블을 오가며 많은 명작들을 내놓게됩니다. 이제 겨우 36세에 불과한 그는 이미 현재 미국 만화계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입니다.
-Style


범쇠소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영광의 상처를 바라보는 브루스 웨인의 모습입니다.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배트수트와 깊게 패인 상처가 그의 고뇌를 담담하지만 무게감 있게 말해줍니다.

표현이나 테크닉이라는 면에 있어서 은시대의 발전의 영향을 받았을지언정 알렉스 로스가 진정으로 추구했던 것은 황금시대의 정서입니다. 그가 그린 수퍼맨은 크리스토퍼 리브라기 보다는 조지 리브스였고 동시대의 만화작가들이 추구하는 탱탱한 근육맨/느끼남의 이미지가 아니라 황금기의 전설적인 애니메이터, 맥스 플라이셔의 스타일의 동네덩치아저씨에 가깝습니다. 알렉스 로스의 수퍼맨(왼쪽), 조지 리브스의 수퍼맨(오른쪽 위), 맥스 플라이셔의 수퍼맨(오른쪽 아래).

그의 액션 연출은 전 시대의 작가들의 (특히 잭 커비) 것을 표절이다 싶을 정도로 그대로 차용해서 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나름대로의 존경의 표현이지 절대로 로스의 실력부족은 아닙니다. 그는 그 시대 작가들의 그 황당무계한 만화적 액션 연출을 사실적으로 “번역”하여 표현하는 것입니다. 은시대 엑스맨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잭 커비가 그린 1회의 표지를 알렉스 로스가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Marvels (1993)
그의 데뷔작 “Marvels”는 엄청난 걸작입니다. 제가 알렉스 로스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이 작품입니다.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의 세계 속, 격동의 1940~60년대를 살아온 한 사진기자의 눈을 통해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수퍼히어로들을 보며 느끼는 열등의식, 불안감, 동정 등이 때로는 리얼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그려집니다. 로스의 생동감 넘치는 그림은 마치 실제 역사적 기록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주인공인 사진기자 필 쉘든의 퇴근 길 뉴욕 시내 한가운데 “돌연변이들 끔찍하게 죽어라!”라는 차별/증오성 낙서를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가지고 변두리의 편안한 자기 보금자리로 돌아갑니다. 살벌하고 황량한 뉴욕시와 포근해 보이지만 뭔가 불안한 변두리의 대비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오른쪽)
-Kingdom Come(1997)
“킹덤 컴” 역시 만화사의 한 획을 긋는 작품입니다. 프랭크 밀러의 “암흑기사귀환”처럼 “정식스토리라인”에서 벗어난 일종의 “미래가정형” 작품입니다. 기존의 수퍼히어로들이 은퇴한 틈을 타서 새세대의 수퍼히어로들이 나타납니다만 이들의 무차별적인 정의수호활동으로 인해 오히려 세상은 혼란해지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수퍼맨과 원더우먼 그리고 은퇴했던 많은 수퍼히어로들이 손을 잡습니다. 그러나 배트맨은 수퍼맨에게 등을 돌리는데… (더 이상은 스포일러)




- The World’s Greatest Super-Heroes (1998~2003)
DC 수퍼히어로들의 팬이라면 반드시 반드시 소장하고 있어야하는 책! 그 전에 나온 네 권의 걸작, 배트맨: 범죄와의 전쟁, 수퍼맨: 지상의 평화, 원더우먼: 진실의 정신, 샤잼!:희망의 힘, 과 저스티스 리그의 두가지 이야기 (정의와 자유, 비밀기원)을 합쳐 400페이지 가까운 거대판본으로 나온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수퍼맨은 세상의 기아를 없애려 노력하고 배트맨은 범죄를 없애려 노력하고 원더우먼은 억압받는 여성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캡틴 마블은 병든 아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려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몸은 하나뿐이고 세상은 넓다는 것인데...

DC의 TV애니메이션 프로듀서인 폴 디니의 스토리텔링도 훌륭하지만 역시 이런 실재하는 이슈들과 맞닿은 수퍼히어로의 이야기는 알렉스 로스의 극사실주의가 진가를 발휘하는 곳입니다.

직업: victim to be rescued

확실히 이런 앵글은 "수퍼맨=예수그리스도" 라는 등식이 시각화된 것이죠
알렉스 로스의 위대함은 단순히 잘 그린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에 담긴 여러 함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즉 역사가/팬/아티스트의 역할을 한다는 뜻
- 그 외의 작품들

그도 약간의 "외도(?)"가 있었습니다. 정치 풍자가/코미디언 스티브 다놀과 손을 잡고 그린 정치사회풍자물 “엉클샘”의 표지 입니다.

그가 그린 “빌리지 보이스”誌 표지를 보면 그의 정치 성향이 짐작되실 껍니다.

제목은 “수퍼맨과
당시구호활동을 벌였던 사람들을 우러러보는 수퍼맨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노력에
최상의 존경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작품에선 확실히 노먼록웰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이 그림을 보고 어느 팬이 이렇게 외쳤다.
“이제 원더우먼은 알렉스 로스만 그려라!”
스폰의 100회 특집으로 프랭크 밀러, 마이크 미뇰라, 애쉴리 우드 등의 당대 최고의 코믹 아티스트들이 스폰 100회 특집호의 표지를 그렸습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알렉스 로스.

역시 단순히 터치 뿐 아니라 극 사실적으로 묘사된 아이와의 배치를 통해 존재감을 극대화 시킵니다.
(그런데 대통령선거 포스터 같지 않습니까? 안 찍으면 지옥으로 데리고 갈 듯한…)
-Manga
미제 수퍼히어로 뿐 아니라 알렉스 로스는 일본 쪽의 작품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인터뷰에서도 누차 밝혔지만 그는 특히 가챠만(독수리 오형제)을 좋아합니다.

ADV에서 나온 가챠만 DVD박스 이미지입니다..(제대로 뽐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타츠노코 스타일의 에센스를 미국 극사실주의 양식으로 녹여 냅니다.
캐릭터 이미지는 일본풍 그대로입니다. 주로 미국 아티스트들의 스타일 렌디션이 복장만 원안을 따르고 얼굴과 몸은 히맨이나 타잔의 변형이라는 전례들을 생각해보면 알렉스 로스가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진 아티스트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저게 어딜 봐서 미국인이 그린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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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에 썼던 글입니다. 영화관련사이트라 미국만화 올리기가 뭐 했었는데 이글루스는 내맘대로 흥!
게다가 이글루스는 제한이 없어 좋군요 당시보다 이미지가 더 추가 되었고 뭐 그렇습니다.
# by | 2007/07/05 10:49 | 히어로물이라는 쾌락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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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정상황이 열악하다못해 숨넘어갈 지경이지만 책은 좀 사보고 싶네요. 지름쓰나미 작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