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3일
원곡에 버금가는 커버 이야기① -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by The Jeff Healey Band
비틀즈의 넘버쓰리라고 할 수 있는 조지 해리슨이 모처럼 자신의 작곡/보컬 솜씨를 뽐내는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는 비틀즈 노래 중에서도 상당히 자주 커버되는 곡이다. 사실 기타가 "gently weeps(부드럽게 훌쩍인다"라고 할 때는 통기타 스트러밍이 연상되는데 사실 조지 해리슨이 작곡할 때나 초기 데모를 보더라도 그냥 통기타 스트록이 메인이 되는 반주의 구성을 가지고 있었던 걸로 추정된다. 노래 내용 자체도 그냥 기타 딩가딩가 하는 한가로움과 세상이 변해가는 격렬함이 충돌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으니까 사실 심각하게 각잡고 막 공옥진여사 장질부사 춤추는 식의 기타 연주를 염두에 두고 지은 제목은 아닌 듯 하다. 그러던 것이 처음 구상대로 녹음을 해보니까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심하게 든 해리슨이 친구인 (무려!) 에릭클랩튼에게 연락해서 이러이런 곡이 있는데 아직 좀 병신이니 미친 듯한 기타를 올려서 사람 좀 만들어주게 라는 부탁을 하게 되고 당시 자신이 속한 수퍼밴드인 크림의 해산을 앞두고 있던 클랩튼은 "내가 미쳤나? 비틀즈 앨범에 숟가락 올렸다 매장 당할일 있게?"라고 거절하다가 나름 절친이라서 마지 못해 수락. 그 결과는 곡 전체를 흐르는 절대 젠틀리 안하고 감정 팍팍 실어서 와일들리하게 흐느끼는 그런 블루스 풍의 솔로였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녹음한 결과물은 "While his guitar wildly wails"였던 셈인데, 곡을 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쥐어짜는 느낌과 자유로움이 이 절(verse)부분의 비장한 단조 하향베이스의 코드진행과 너무나 잘어우러져 확실히 걸작의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도 쉽게 따라할 것 같은 개방성을 지니고 있다. 이 기타솔로를 받쳐주는 오픈된 곡구성이 주는 자유도 덕분에 기타 좀 친다는 사람들 마다 이 곡을 "묘기대행진"풍 솜씨자랑의 플랫폼으로 활용하곤 했기 때문에 잦은 커버의 소재가 되어온 거다.
잉베이가 열어 젖힌 미친 속주의 시대, 흔히 기타와 음절을를 갈기갈기 찢는 듯한 속주 덕분에 슈레더(shredder, 세절기)의 시대라 불렸던 시기를 이끌었던 기타신 중 하나인 비니무어의 리메이크를 들어보면 무슨 이야긴지 알 것이다. (참고자료: http://www.youtube.com/watch?v=UDyxmslFkFc 영상은 좀 엄해도) 최근 단지 비틀즈를 커버하기위해서 드림 시어터의 포트노이와 미스터 빅으로 유명한 폴길버트를 주축으로 임시로 구성된 프로젝트 밴드 "옐로 매터 커스터드"가 이 곡을 연주한 걸 봐도 마찬가지다. 이걸 보면 기타리스트인 길버트가 아주 그냥 신나서 "gently weeps"를 넘고 "wildly wails"도 넘어서 고속 미싱에 산채로 박음질 당하는 것 같은 미친 비명, 그러니까 "while my guitar frantically screams"로 연주하는 걸 볼 수 있다.(하단 부록 참조) 그래서 기타 마스터들이 이 곡을 연주한다고 하면 그들의 본색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왠지 신이 난다.
그런데 내가 이 곡의 가장 좋은 버전이라고 여기는 곡은 이런 초고속연주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토토나 프램튼 같은 올드 마스터들의 해석도 아니다.
1990년 천재 블루스 기타리스트 제프 힐리가 주축이 된 제프힐리밴드가 "Hell to Pay"라는 앨범을 발매하면서 본 곡의 커버를 수록한 적이 있다. 사실 음악을 듣고 진짜 눈물이 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나한테는 바로 제프 힐리가 연주한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바로 그런 충격적인 경험을 느꼈다. 살짝 거친 느낌의 리메이크인데 힐리 특유의 톤으로 연주되는 끈끈하고 아름다운 솔로는 정말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의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비디오가 아니라 오디오로 처음 들었던 나는 나중에서야 제프 힐리가 맹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사실 그건 별로 안놀라왔다. 원래 박탈은 영감의 좋은 촉매제가 되는 법이니까. 단지 기타를 치면서 사람들도 보고 바닥도 보고 세상도 보고 그런다는 식으로 노래 가사에는 뭔가를 본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점이 그의 장애와 겹치면서 흥미롭기는 했지만. 그가 장님이라는 사실 보다는 차라리 저렇게 감정적인 컨텐츠가 흘러 넘치는 연주가 겨우 24살 짜리 청년의 손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고나 할까.
이런 멋진 연주를 들려주던 제프 힐리는 안타깝게도 작년 3월에 41세의 나이로 암으로 사망했다.
부록: 위에서 이야기한 옐로우 매터 커스터드가 라이브에서 연주한 이 곡
드럼이 마이크 포트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마지막 폴 길버트 솔로 때 함께 노는 모습은 예상가능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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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10/13 17:10 | 음악이라는 쾌락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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