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동화: 양치기 소년과 늑대(장편)

옛날 한 옛날에 양치기 소년이 살았더래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산중턱에 앉아 허구헌날 양하고 풀만 보다보니까 심심해져서 소년은 장난을 치기로 했어요.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가 나타났다."
백주 대낮에 들려오는 소년의 다급한 외침에 마을 사람들은 무기로 쓸 수 있는 농기구를 들고는 산으로 뛰어올라갔어요.
헐떡거리며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고 소년은 매우 즐거워졌어요. 이것이 바로 권력의 맛이구나, 이렇게 대중을 움직인다는 건
짜릿한 일이구나라는 짜릿한 쾌감은 마음 속에 감추고 소년은 "여러분이 오는 소리에 도망쳐 버렸어요. 감사합니다."라고
했어요. 사람들은 허탈해져서 집으로 돌아갔어요.

몇 일 후, 점심 때가 조금 지나서
다시 늑대가 나타났다는 외침이 들렸어요. 사람들은 우우우 분노하며 부리나케 중턱으로 또 올라갔어요.
소년은 입술을 깨물어 웃음을 참고는 "늑대가 건너마을에 나타났어요"라고 보도했어요.
사람들은 허탈해져서 집으로 돌아갔어요.

몇 일 후, 점심 때가 조금 지나서
다시 늑대가 나타났다는 외침이 들렸어요. 사람들은 우우우 분노하며 부리나케 중턱으로 또 올라갔어요.
소년은 입술을 깨물어 웃음을 참고는 "노총각 피터슨씨(40, 남, 자영업)가 바로 늑대"라고 보도했어요.
사람들은 허탈해져서 집으로 돌아갔어요.

몇 일 후, 점심 때가 조금 지나서
다시 늑대가 나타났다는 외침이 들렸어요. 사람들은 우우우 분노하며 부리나케 중턱으로 또 올라갔어요.
소년은 입술을 깨물어 웃음을 참고는 "그러나 일부에서는 안나타났다고 보기도 합니다"라고 보도했어요.
사람들은 허탈해져서 집으로 돌아갔어요.

몇 일 후, 점심 때가 조금 지나서
다시 늑대가 나타났다는 외침이 들렸어요. 사람들은 우우우 분노하며 부리나케 중턱으로 또 올라갔어요.
소년은 입술을 깨물어 웃음을 참고는 "늑대는 우리 마음 속에 잠자고 있을지 모른다"라고 보도했어요.
사람들은 허탈해져서 집으로 돌아갔어요.


몇 일 후, 점심 때가 조금 지나서
다시 늑대가 나타났다는 외침이 들렸어요. 사람들은 우우우 분노하며 부리나케 중턱으로 또 올라갔어요.
소년은 입술을 깨물어 웃음을 참고는 "늑대는 음흉한 남자들의 마음 속에 있는 거죠"라고 보도했어요.
사람들은 허탈해져서 집으로 돌아갔어요.

몇 일 후, 점심 때가 조금 지나서
다시 늑대가 나타났다는 외침이 들렸어요. 사람들은 우우우 분노하며....

(후략: 대한민국에서 계속 연재 중)

PS:  제대로 읽지도 않고 일단 헤드라인은 철썩 같이 믿고, 또 맨날 속으면서 자꾸 속아주니까 
이 나라에서 언론하기 진짜 쉽겠구나 싶어. 조중동이 나쁜 것보다 사람들이 머리 나쁜 게 더 나쁜 거야.

by 액화철인 | 2009/09/14 12:20 | 오욕의 타임캡슐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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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마이니오 at 2009/09/14 12:28
사실임 국민인식이 조루에다가 나빠서그런거
Commented by 액화철인 at 2009/09/15 14:56
조루는 맞는 듯...
Commented by -_- at 2009/09/14 15:44
어쩌면 사람들이 믿고싶은걸 보여주는걸지도 ㅋ
Commented by 액화철인 at 2009/09/15 14:56
그게 정답인 것 같군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9/14 21:22
신문을 한번 읽고 버리는 걸로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액화철인 at 2009/09/15 14:57
너무 믿어들주시니까 걱정인 거죠.
Commented by oxymoron at 2009/09/14 23:30
가끔은 양치기소년들끼리 속는 사태도...;;;
Commented by 액화철인 at 2009/09/15 14:57
그러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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