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왓치맨이 원작과 다르다고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by 액화철인

탈콥스키의 "희생"도 안 졸고 본 제가 세 번 관람시도에 세 번 다 졸다가 실패한 영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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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는 바로 쿠쿵!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원작은 두 번이나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지만 (사실은 코묻은 돈 울궈먹는 법을 함 배워볼려고 두 번 읽었지만) 그걸 그야말로 그대로 화면에 펼치는 모습은 그닥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1편의 영화화에는 롤링 여사가 자기 책을 떡하니 끼고 촬영장에 지키고 서 있었다고 하죠. 시시콜콜한 에피소드가 진짜 목구멍으로 밀려들어가듯이 달려 오니까 어이구 소리가 절로 나더군요.

최초로 그럴 듯하게 느껴진 해리포터 영화는 알폰소 쿠아론이 손을 댄 "아즈카반의 죄수"때 부터였습니다. 영화관람이라는 문화소비형태에 최적화된 리듬으로 원작을 과감하게 난도질(?)쳐가며 만든 작품이라 영화로서는 꽤나 훌륭했습니다.
원래 책과 영화는 리듬이 틀립니다. 모르는/혹은 기억 안나는 등장인물이 나오면 뒷장으로 돌려볼 수 있는 게 책이지만 영화에선 다들 알고 넘어가야 다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전달이 안되어버리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도 최소한 반 수 이상은 따라와야 나중에 욕 안먹습니다. 그런 매체의 메카니즘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매체의 규칙을 따르는 것이 각색에 있어서는 "원작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보다 중요한 겁니다.

"브이포벤데타" 만화를 보았을 때와 동명의 영화를 보았을 때 제게 남은 감성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만화 쪽은 암울함과 냉소로 점철된 디스토피아의 해부였다면 영화 쪽은 민중의 영웅이 활약하는 카타르시스적 활극이었습니다. 만화 쪽이 트로츠키/바쿠닌/니체 였다면 영화 쪽은 촘스키/네그리인 셈이죠. 제 입장에선 만화 쪽이 훨씬 더 흥미로왔지만, 두 가지 형태 다 각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색자가 원작으로부터 빌려올 수 있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세계관, 설정, 내러티브, 캐릭터, 관계, 철학, 메시지, 등등...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왜 하필 그 원작인가라는 질문, 무엇을 말하기 위해 그 원작을 이용하는 가라는 점입니다. 이 점만 분명하다면 아무리 원작과 달라도 독자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겁니다.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훌륭한 각색 작품들 중 원작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에 칭찬 받는 작품은 드물지 않습니까?

그래도 원작과 다름에 안타까워하는 그대를 위해..
이런 물건이 나왔습니다.





이름하여 왓치맨: 모션 코믹스
그야말로 만화의 한장면 한장면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옮긴 작품입니다.
만화를 적당히 레이어를 분리해 간단하게 애니메이션 시켰고 BGM과 효과음을 깔았고
그리고 대사는 전부 다 그대로 (거의)한 자도 안 빼고 다 성우 녹음을 해버렸습니다,
이렇게 해 놓으니까 각 챕터별로 30분 정도 따라서 12챕터니까 무려 6시간 남짓한 작품이 나와버렸죠.
진짜 원작 그대로를 16:9포맷으로 옮겨 놓은 가장 완벽한 형태겠죠.
현재 블루레이로도 팔고 DVD로도 파는 데 원작빠인 저는 급한 마음에 아이튠스토어에서 19.95를 주고 시즌패스를 사버렸습니다.
(환율따위는 개의치 않는 무한빠심, 단지 내 아이팟에 왓치맨 모션코믹스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뿌듯할 뿐)

그러나 문제는 성우진!!

캐스팅은 다음과 같습니다.

로어셰크 - 톰 스텍슐트
나이트아울I - 톰 스텍슐트
나이트아울II -톰 스텍슐트
코미디언 - 톰 스텍슐트
에이드리언 바이트 - 톰 스텍슐트
실크스펙터I - 톰 스텍슐트
실크스펙터II - 톰 스텍슐트

내가 톰 스텍슐트야


오오옹??
배우보다 오디오북계에서 유명한 톰 스텍슐트씨가 수고하고 계십니다. 워낙에 전문가라 많은 캐릭터의 목소리를 조금 씩 다르게 하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로어셰크의 낮은 그르렁댐이나 댄드라이버그의 좀 찌질한 느낌, 특히 후디드 저스티스는 "나치와 히틀러"에 대한 찬동 경력이라는 미세한 설정까지 따와서 약간 독일 쪽 액센트를 섞어서 읽어주니까 이야 공부 많이했다, 정성스럽다는 느낌이에요. 근데 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소리는 어흑. 원래 오디오북에서도 한 사람이 남녀 역할 다 읽으니까 그 전통을 그대로 따온 듯한데 이건 그림은 여자인데 목소리는 "양들의 침묵"의 제임 검 같은 느낌, 처음엔 실크스펙터 1/2간의 캘리포니아에서의 대화를 들으면서 "어억 이건 심해"이랬는데 코미디언과 스펙터1의 기념촬영후 벌어진 사건을 들을 때는 진짜 손발이 오그라 듭디다. 돈 좀 써서 여자 성우라도 기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쨌든 모션 코믹스는 나름대로 흥미로운 형태고 "제대로 옮기려면 5시간 미니시리즈론"에 대한 좋은 증명이기도 합니다.










추가1.
영화 왓치맨에 대한 리뷰는 천천히 쓰도록하겠습니다만, 리뷰 쓸만큼 영화보면서 타오르지 못했습니다.
스나이더 감독은 전에도 느꼈었지만 Substance가 없는 Style은 Distraction일 뿐이라는 걸 느끼지 못하면 오래 못 갈듯 합니다.
과잉을 위한 과잉은 좋지 않음...

추가2.
닥터 맨하튼 곧휴가 커보이는 건 음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참고 하세요. 깨끗이 밀어서 그녀를 감탄시키자.
(밀면 왠만한 성인남자는 저 정도 되어보이지 않습니까?)

추가3.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결국엔 관람에 성공했습니다. 
이틀에 걸쳐 집에서 DVD로 30분 씩 끊어보기라는
독서와 유사한 형태의 관람을 이용하여 성공. 

덧글

  • nishi 2009/03/12 17:44 # 답글

    세상에... 여성 성우 한 명을 기용하지도 않(못?)는단 말입니까 -_-;

    설명을 보지 않고 동영상만 봤을 땐 UCC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나쁘진 않군요. 나름...
  • 액화철인 2009/03/12 18:14 #

    글쎄 말입니다. 오디오북 하던 대로 해버려서 그런 사태가 일어났는데 앞으로는 아마 고쳐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밀피 2009/03/12 18:07 # 답글

    아.. 이것 참 땡기는데요 ㅠㅠ 코드 문제도 블루레이를 사면 해결될 테고..
    배드씬을 혼자서 어떻게 연기하시는지 원작 외의 관심도 생기고요 ㅎㅎㅎ 재밌을 것 같아요 !
  • 액화철인 2009/03/12 18:15 #

    아직 챕터 3 중이라 못들었는데 별로 기대는 되지 않고 겁에 질려있을 뿐입니다..
  • 밀피 2009/03/12 22:26 #

    유튜브에서 좀 보니 배드씬 아닌 보통 대화도 아주 ㅠㅠㅠ 억양만 여성이라 듣는 사람을 아주 간드러지게 만드네요
    말 그대로 오카마 에디션입니다 정말 ㅠㅠ 과연 배드씬까지 견딜 수 있을지.. 공포와 기대를 동시에 품게 하는군요
  • 액화철인 2009/03/12 22:46 #

    방금 맨하튼 브라더스와 스펙터의 쓰리썸을 보았습니다...으허허헉....
  • Cranberry 2009/03/12 20:06 # 답글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에 대한 제 감상과 완전히 동일하게 보셨네요. ㅎㅎ

    저도 1, 2편은 정말 보다가 졸다가 보다가 졸다가 한 편에 며칠씩 걸려가면서 겨우겨우 봤습니다. 영상만 예쁠 뿐, 재미없고 산만하고 난잡한 연출에 애들 연기도 최악, 정말 괴로웠죠. 3편은 그냥 보지 말까 생각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구해서 보았는데, 영화 시작하고 2분도 되지 않아서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 감독 검색을 해봤다죠. 역시 1,2편 감독과는 다른 감독...-_-
    훨씬 영화다워지고 보기 좋은 연출에, 심지어 1,2편에서 눈뜨고 못 봐줄 것 같던 아이들의 연기마저도 일취월장한 것처럼 보이더라는 말입니다. 감독이 영화의 만듦새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정말 절절하게 깨달았던 경험이었습니다.
    (참고로 1편을 극장에서 보고서 너무너무 실망한 나머지 후편들도 전혀 볼 생각을 않고 있다가 한 1년전 쯤에 그냥 맘먹고 쭉 이어서 볼 생각을 했던 것이었죠.)
  • 액화철인 2009/03/12 22:51 #

    케네스 브라나의 햄릿과 더불어 정직한 각색이 미덕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가 해리포터 1,2편이죠.
  • 파인로 2009/03/12 22:03 # 답글

    4:3이 아니라 16:9 같은데요. 본문의 '4:3'이 화면비를 이야기하는 거라면요.
  • 액화철인 2009/03/12 22:45 #

    아잉 제가 매일 아이팟으로 보다 보니 4:3인 줄 알아버렸군요 아이튠으로 보니까 16:9로 나옵니다..^^
    캄사 수정하겠습니다.
  • 잠본이 2009/03/12 22:49 # 답글

    저도 해리포터 1탄은 영 밋밋했는데 오늘에야 그렇게 느낀 이유를 알겠군요(...)
  • ArborDay 2009/03/13 00:42 # 답글

    원작은 원작, 영화는 영화. 원작자는 원작자, 재해석자는 재해석자.
  • 갈가마신 2009/03/13 01:32 # 답글

    이런식으로 베르세르크같은 만화도하면 재미있겠네요
  • 엿남작 2009/03/13 01:56 # 답글

    환율봐서 블루레이판으로 말씀하신 모션코믹스 사려고 했는데, 베... 베드신 상상만해도 소름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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