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악인열전 - 조커編




배트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숙적(Nemesis)은 누구입니까?

 

미국 히어로물 전체를 통틀어 가장 화려한 악당캐릭터 진용을 적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트맨이지만
그 쟁쟁한 악당들 가운데서도 조커는 으뜸가는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조커의 기믹은 한마디로 미친광대”라 할 수 있습니다. 백화된 피부, 녹색 머리카락, 지워지지 않는 붉은 입술, 웃는 모습으로 고정된 안면근육,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보라색 정장과 액세서리. 외모의 변형은 화학약품에 빠지는 사고 때문이지만 그의 기괴한 사고체계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습니다. 대체로 사고 전 부터 원래 사이코패스였다는 주장과 사고 때문이라는 주장 두가지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조커의 특징적인 무기는 바로 조커 베놈(조커독)이라는 일종의 화학약품입니다. 이 약품에 노출된 희생자는 웃는 모습으로 죽습니다. 미치게 한다거나 얼려버린다거나 두려움에 떨게한다거나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죽여 버리는 즉사성의 살인무기로 조커의 살인마로서의 성격을 반영합니다.  (물론 후일 에피소드에 따라 그 독성은 조절되지만 기본적으로 조커베놈은 맹독입니다)
작가들이 조커를 만들면서 "웃으면서 죽는 독"이라는 기믹을 넣을 때는 밑도 끝도 없는 일종의 "도시 전설"을 참고 했다고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기믹 뒤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파상풍에 걸리거나 맹독(특히 스트리키네 류)에 중독되면 얼굴이 웃는 모습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증상이 발생합니다. "리수스 사르도니쿠스"(우리말로 경소, 경련웃음이라는 뜻)라는 거창한 의학용어까지 가지고 있는 증상입니다. 한마디로 조커베놈은 급속의 파상풍균 혹은 파상풍유발물질 내지는 스트리키네 성분의 독극물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조커의 기믹은 범죄현장에 그의 시그니쳐인 조커가 그려진 트럼프 카드를 남겨 놓는 것입니다. 사실 초창기 부터 있었던 기믹이지만 워낙 화려한 범죄를 저지르다 보니 작가들도 카드 놓는 걸 종종 까먹고 최근에는 잘 쓰여지지 않아서 잊혀거 아니냐는 의심도 들었습니다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의 에필로그 부분에 인상적으로 사용됩니다.

조커의 별명은 바로 Clown Prince of Crime (범죄계의 광대 왕자)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Crown Prince(왕세자)라는 말을 가지고 만든 말 장난입니다. 고담시의 "범죄의 총아"로 꼽히는 인물답게
조커는 배트맨의 가장 큰 숙적입니다. 무슨 일만 터지면 배트맨은 일단 조커부터 의심하고 조커는 입버릇처럼 배트맨을 무찌를 수 있는 것은 자는 자기 자신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심지어는 다른 악당이 배트맨을 무찌를 것 같으면 훼방을 놓기도 하고 스스로 배트맨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아도 "너 없으면 내가 무슨 재미로 사니"라는 식으로 살려주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커가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단 한가지,  배트맨과 함께 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둘의 관계는 아주 기괴하게 뒤틀려버린 "놀이터 우정"처럼 보입니다. 한마디로 조커는 배트맨 때문에 존재하는 겁니다. 배트맨에 대한 조커의 광적인 집착은 표면적으로는 자신이 배트맨 때문에 화학약품통에 빠지게 되었다는 개인적 원한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배트맨에 대한 조커의 기묘한 동지의식 (코스츔 변태로서의) 때문이기도 합니다.

 

배트맨의 역할이 본질적으로 탐정이라면 조커의 역할은 연쇄살인마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1940년대 첫 등장 후 초기 12편 정도의 에피소드에서 조커는 40명에 가까운 사람을 죽이는 활약상을 보여줍니다. 19세기 실존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베르히트 作 “서푼짜리 오페라칼잡이 맥이라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살인마 조커의 강렬한 존재감은 초기 배트맨 시리즈에 독특한 색채를 부여했고 시리즈 초기 부터 배트맨의 가장 대표적 숙적의 위치로 올라서도록 했습니다.



정체에 얽힌 미스테리
조커에 대한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그의 중요성이나 위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의 공식적인 정체는 미상으로 남겨져 있다는 점입니다 


1951디텍티브 코믹 168는 데뷔 12년이 지나서야 최초로 조커의 기원을 설명합니다. 조커의 정체는"레드 후드"라는 복면절도범이라는 것이 새롭게 소개된 조커의 기원이었습니다. 
조커가 되기 전, "레드 후드"는 머리를 통째로 가리는 빨간 복면을 쓰고 부하들을 거느리며 범죄를 일삼는 소규모 절도단의 보스였다는 이야기입니다.  화학약품 공장절도 시도 때 배트맨과 대치하게 되고 결국 그 상황을 벗어나려다 화학약품통에 빠지게 되어 결국 조커로 다시 탄생한다는 전통적인 "조커의 오리진"설정은 이 에피소드에서 최초로 정립됩니다만 조커가 누구냐라는, 정작 중요한 "조커의  정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DC는 교묘하게도 조커라는 가면 아래 또 다른 가면을 쓴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꼼수"를 쓴 셈이 된거죠. 즉 조커가 누구냐라는 질문에 "레드 후드"라는 답을 내리면서 "레드 후드의 정체는 누구인가?"라는 또다른 질문이 꼬리를 무는 "로스트" 시즌 맺기 같은 짓을 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조커/레드후드의 관계를 일종의 기믹으로 활용한 6인치 액션피겨

 

1988년에 발표된 걸작 알란무어의 걸작 킬링 조크는 이런 고전적인 설정을 넘어서 레드후드였던 그 남자의 정체를 탐구하고자 하는 시도를 합니다. 이 작품의 스토리라인은 조커가 고든 서장을 미치게 하려는 계획과 조커 본인의 회상,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됩니다. 그의 회상 속에서는 화학회사의 엔지니어였지만 꿈은 코미디언이었던 한 남자가 소개됩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까지 그만두고 노력하지만 워낙 특이한 유머감각과 재능부족으로 인해 실패하고 맙니다. 임신한 아내까지 딸린 채로 생계가 막막해져 버린 상황에서 레드후드가 이끄는 조직의 조직원들의 유혹에 빠져 전 직장인 화학약품공장을 털 범죄를 계획합니다.

레드후드라는 범죄자는 매우 신출귀몰한 인물입니다. 매번 경찰이 현장에서 아슬아슬하게 레드후드를 붙잡아 가면을 벗겨보면 엉뚱한 녀석이 들어있곤 하는 식의 "바꿔치기 탈출"의 대가입니다. 그러나 사실 레드후드는 이 조직원들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었습니다. 조직원들은 훔치려는 시설의 관계자/내부직원을 유혹해 낸 다음 이용해 먹을만큼 이용해먹고 마지막엔 "레드후드"복장을 입혀 놓고 누명을 다 씌워 놓은 채로 남겨놓고 사라지는 식의 수법을 구사했던 거죠. 결국 이 실패한 코미디언 역시 그들의 수법에 걸려들어 레드 후드복장을 한채로 범죄현장에서 배트맨과 마주치게 되고 화학약품 속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한마디로 조커의 정체는 "레드 후드"가 아니라 화학엔지니어 출신의 실패한 코미디언, 잘못된 장소에 잘못된 타이밍에 있었던 지독히도 운 나쁜 사내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의 기구한 이야기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회상의 끝 무렵, 조커는 과거라는 게 원래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오늘은 이렇게 기억할 수도 있고 내일은 또 다르게 기억할 수도 있고 내 과거가 선택가능한 객관식인 쪽이 낫다 어쩌구 하는 대사를 던짐으로 드디어 조커의 정체가 드러나는 건가!이러면서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던 독자들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매우 조커다운 행동을 저지릅니다. 다시 말 해 이 버전 역시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나온지 20년이 가깝지만 아직까지도 이제까지 나온 조커에 대한 이야기 중 가장 뛰어난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킬링 조크"는 다음해 나온 팀버튼의 영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팀버튼은 특수한 난독증이 있어서 만화책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자신이 최초로 정독한 만화책, 정독할 수 있을만큼 이해가 잘되고 맘에들었던 만화책이 바로 "킬링 조크"라 밝힌 바 있습니다)




"레드후드설"을 다룬 두 작품 "Detective Comics 168호"와 "킬링 조크"
"레드후드"의 정체에 대해 독자들에게 대담하게 묻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표지만 본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게 조커 이야기인지 모른채 책을 열게된다.



조커에 정체에 대해 가장 많이 알려진 설은 잭 네이피어입니다. 특별히 우수해서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고 만화책에 비해 파급력이 어마어마하게 큰 매체인 “극장영화로 소개 되었기 때문입니다. 1989년 팀버튼이 만든 배트맨은 잭 네이피어라는 범죄자를  배트맨 부모의 원수이자 조커의 정체라고 소개합니다. 이는 여러가지 면에서 팬들의 원성을 사게 된 무지막지한 설정파괴였습니다. 오랜새월 만화가 전통을 가지고 구축해 놓은  배트맨 대 조커라는 두 싸이코의 이념적 대립”이라는 수준높은 갈등을 부모의 원수라는 신파극으로 바꿔 놓는 만행인 셈이었죠. 영화자체의 완성도나 예술성은 뛰어났고 일반대중 사이에 배트맨을 알리는 커다란 공헌을 한 작품이었지만 원작의 설정과의 일치라는 점에 있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 잭 니콜슨이었으나
그의 조커는 원작의 조커에서 영감만을 얻어 창조된 완전히 다른 캐릭터




조커에게 이름을 주지 않는 것은 DC의 일종의 불문율 식으로 지켜져 오던 법칙이었습니다. 51년엔 "레드후드"라는 또 다른 닉네임인 만들어 줌으로써, 그리고 88년의 "킬링조크"에선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되도록 스토리 구성을 함으로써 작가들은 그의 이름을 철저히 감춘 바 있습니다. 영화의 영향이나 파급력때문인지 몰라도 89년 팀버튼 판 배트맨 이후로 조커의 전신을 이라고 부르는 일이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배트맨 시리즈인 Gotham Knights중 2004년에 4회 분량으로 발매된 Pushback이라는 스토리에선 킬링조크에서 다뤄진 슬픈 코미디언의 이야기가 리들러의 회상 속에 나옵니다. 이 회상 속에서 조커는 잭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영화판 때문에 한 번 벌어진 허탈한 사고일까요? 

2007 2월 DC의 젊은 작가들에 의해 시작된
Batman: Confidential”이라는 새 시리즈는 배트맨의 초창기를 다룹니다.
현재 두번째 스토리아크인 "
Lovers and Madmen”에는 너무 완벽해서 세상에 어려운일이 없기에 우울한 천재범죄자인 "잭"이 나옵니다. 이 모든 것이 지겹기만한 천재범죄자가 조커의 정체라는 이야기는 운나쁜 코미디언이 조커의 정체라고 이야기한 "킬링조크"의 스토리라인과는 정면으로 배치하고 있습니다. 조커가 되기 전에 이미 심각한 수준의 사이코패스였다는 설정과 "잭"이 조커로 변하게 된 사건 뒤에 배트맨의 의도가 깊게 관여된 점 등을 보자면 오히려 영화판의 "잭 네이피어"쪽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말로 "Lovers and Madmen"의 연재가 끝났고 영화 개봉시점에 맞춰 에피소드를 묶은 TPB가 발간 될 쯤에 "조커=잭"설에 대한 DC의 입장이 밝혀질 듯 합니다. 하지만 공식 사이트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DC는 조커의 과거가 역시 선택지가 있는 객관식으로 남겨 놓고 싶어하는 듯합니다.


객관식 과거를 가진 살인마, 조커



사실 잭이라는 이름은 조커에게 참 어울립니다. 조커를 만드는데 모델이 된 살인마 잭 더 리퍼”의 영향도 엿보이고우리 나라로 치면 철수쯤 되는 흔한 이름이라는 사실이 주는 상징성 때문일 수도 있겠죠철수 영희라는 영어 표현이 Jack and Jill, 그리고 파이트 클럽의 이름 모를 주인공 역시 스스로를 Jack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한마디로 너도 나도 조커라는 조커의 꿈을 반영한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TV애니메이션판(TAS)은 직접적으로 조커의 정체에 대해 다루지는 않았지만 TAS의 극장판이라 할 수 있는 걸작 장편 애니메이션인 "Mask of Phantasm"에서 조커는 마피아 보스 살바토레 발레스트라의 운전사/행동대원 출신인 걸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악행의 기록
조커가 저지른 수많은 범죄들 중 배트맨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업적(?)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배트걸의 은퇴 - 고든 서장의 조카이자 수양딸인 바바라 고든이 한창 배트걸로 활동할 무렵 조커는 고든 서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행동의 일환으로 그녀의 척추에 총을 쏩니다. 결국 그녀는 하반신 마비에 걸려 배트걸의 이름을 버려야만 하게 됩니다. 이 후 바바라 고든은 그녀의 천재적인 컴퓨터 스킬과 두뇌를 이용하여 수퍼히어로들을 위한 정보 브로커의 역할을 하는 "오라클"로 거듭나게 됩니다.

바바라 고든의 박쥐날개를 꺾은 것은 바로 조커였다




2. 사라 에센 고든의 살해 - 고담시가 지진으로 작살이 난 후의 혼란을 그린 에피소드 "No Man's Land"에서 조커는 고든 서장의 두 번 째 부인이자 고담경찰의 동료인 사라 에센의 머리에 총을 쏴 죽입니다.

사라 에센 형사. "배트맨: 원년"에서 고든 서장의 바람상대로 시작해서, 
그의 두 번째 와이프가 되는 사랑의 결실을 맺지만
결국 조커에 의해 순직힌다.





3.인저스티스 리그의 설립 - 수퍼맨의 숙적 렉스 루터와 함께 저스티스 리그에 맞서는 단체를 만듭니다. 대놓고 싸워보자는 네이밍센스는 바로 조커의 특성 그대로 입니다.



4. "로빈"의 살해 - 조커와 배트맨의 악연이 그야말로 "열매"를 맺는다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미국 코믹스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 상징적인 일이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 부활이라든지 변절이라든지 하는 복잡하고도 풍부한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발점도 되었습니다. 

사실 로빈을 죽인 주체는 "조커"가 아니라 바로 DC의 독자들이었습니다. 80년대 초 ,DC는 초대 로빈인 딕 그레이슨을 "나이트윙"이라는 성인 수퍼히어로로 성장시키는 기획을 하면서 초대 로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2대 로빈 제이슨 토드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냅니다.
로빈의 빈자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제이슨 토드는 그야말로 "딕그레이슨 2"로 기획되었습니다. 부모를 잃은 서커스 키드라는 점 부터 시작해서 금발로 설정되었던 머리카락도 로빈이 되면서 부터 흑발로 염색하는 등 한 마디로 이름만 바뀐 "딕그레이슨"이었습니다.

고담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나이트윙"으로 활약하는 초대 로빈에 비해 거의 자리채우기 정도만 하고 있는 제이슨 토드의 존재가 팬들에게는 그다지 임팩트를 주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1988년 "Death in the family" 총4회 중 2회의 마지막 부분, 함정에 빠진 로빈을 조커가 쇠장도리로 죽도록 패고는 폭탄이 설치된 창고에 가둡니다. 그리고 그 창고가 폭발해 버립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과연 로빈은 살았을까요 죽었을까요? 유료번호로 원하는 결과에 한 표를 던져 주세요. 많이 나온 의견이 다음 호에 반영됩니다"라는 황당한 독자 설문조사를 던져놓습니다.

이 기획이 로빈을 중심으로 진행된 숨은 의도는 프로모션의 흥미성을 높이기 위해 제법 잘알려진 캐릭터를 활용한다는 것과 사람들이 "죽이지 말아주세요"라고 탄원 전화를 할만큼 사랑받는 캐릭터를 활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즉 어차피 죽이지 않겠지만 팬들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살렸다라고 할 수 있는 일종의 참여의 재미를 주고자 하는 기획이었던 것이죠. "설마 로빈을 죽이자고 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던 DC스태프는 절망적인 결과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로빈을 상대로 "하프라이프"를 즐기고 계신 우리의 조선생
"삐루"쓰시는 폼이 프리맨 선생 못지 않으심다.



집계기간인 3일동안 무려 10,000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고 결과는 5,343표 대 5,271이라는 백 몇표 차이, 그야말로 박빙으로 "로빈은 죽는다"라는 쪽으로 결정이 나게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말입니다 이런 종류의 투표는 정말 바보같은 짓이라는 거죠. 2004년도 켈로그 파맛시리얼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코맛시리얼 대 파맛시리얼"이라는 짜고 치는 것 같은 설문 조사도 "설마 파맛을 만들겠어?"라는 엉뚱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88년에도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로빈을 죽이냐?"라고 찬성표를 던졌지만 "진짜 로빈을 죽이는지 볼까?"라는 심정으로 표를 던진 사람들도 많았다는 이야기 입니다.

시대는 "파맛"과 "로빈의 죽음"을 선택했다.




결과를 집계한 DC는 투표결과를 "조작"할 수도 있었지만 충격적인 투표결과를 "현재의 로빈은 인기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해버리고 투표결과를 정직하게 공개한 후 배트맨이 폭사당한 로빈의 시신을 부여안고 우는 충격의 3회를 내보내게 됩니다.




냉소주의가 미국만화를 죽인 바로 그 충격의 현장.



이 결과에 대해 진짜 DC를 아끼던 사람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죠. 진짜 캐릭터에 대해 애착을 갖는 사람들의 의견보다 그저 재미로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자신들이 소중히 여기는 세계를 망가뜨린 셈이니까요. 결국 이러한 불만 수렴은 후일 제이슨 토드를 드래곤볼을 모아 되살려내는 기폭제가 됩니다만 되살아난 제이슨은 자신의 자리가 이미 팀 드레이크라는 3대 로빈(그것도 자기보다 훨씬 뛰어나고 개성있는)에 의해 채워졌고, 배트맨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복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절망하여 악역화되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로빈편에서 다루겠습니다만)분노한 제이슨이 스스로를 "레드 후드"로 부르며 붉은 가면을 쓰고 다는 사실은 조커와의 관계에서 상징적인 모습입니다. 

"내가 죽었는데 잘먹고 잘사는 니들이 밉다.
날 죽인 조커를 살려 놓는 배트맨도 밉다.
나 죽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3대를 들이냐?"
되살아난 보이원더는 그렇게 비뚤어져 버린다.






조커 탄생의 비화
1940년, 배트맨이 데뷔1년만에 Detective Comics라는 포맷을 넘어 스스로의 독자적인 만화시리즈로 발전되는 그 순간, 그 역사적인 Batman #1 (계간 배트맨 통권1호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에는 후일 배트맨에게 영향을 끼칠 두 캐릭터가 소개가 됩니다. 하나는 셀리나 카일, 후일 캣우먼으로 불리게 되는 여도적이고 (여기서는 "더 캣"이라고 소개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조커였습니다. "Detective Comics"라는 "월간 앤솔로지(여러 캐릭터 이야기가 한꺼번에 들어 있는 형식의 만화잡지 포맷)"에서 배트맨이 상대했던 그 동안의 악당들은 대부분 마피아들이나 "미친 과학자"류의 캐릭터였습니다. 배트맨 독립시리즈의 출범과 함께 DC는 당시 데뷔 10년차를 바라보는 유명한 시리즈인 "딕 트레이시"의 성공요인 중 하나였던 "화려한 악당 캐릭터 로스터"를 짜주기 시작합니다. 조커는 그렇게 출발하게됩니다. 

조커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영화작품은 1928년에 만들어진 흑백무성영화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입니다. 독일 표현주의 영상작가들의 헐리우드 진출이 활발했었던 1920년대 중후반, 유니버설 호러 클래식의 틀을 정립한 시네아스트 파울 레니는 "웃는 남자"라는 빅토르 위고의 생애 최고의 걸작을 영화화 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어릴적 인신매매단에 팔려 기괴한 수술을 받고 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입구조가 고정되어버린 끔찍한 운명의 소유자 "그윈플레인"입니다. 영화에선 이 역할을 "칼리가리 박사의 옷장"로 유명한 콘라드 바이트가 맡았는데 실제로 외과적으로 고정되어버린 듯한 그의 끔찍한 미소는 예술영화를 즐겨보았던 배트맨의 스토리작가인 빌 핑거의 머리 속에 각인 되었고 자연스럽게 조커의 이미지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콘라드 바이트가 연기한 "그윈플레인"의 인상적인 미소가
압도적으로 다가오는 1928년작 "웃는 남자"의 포스터





작년 다크나이트 제작 발표 당시 많은 사람들을 낚았던 조커 예상도의 원본사진 역시
1928년 "웃는 남자"에서의 콘라드 바이트의 프로모션용 초상사진이다.



조커를 만들어 낸 사람들은 배트맨을 만들어낸 빌 핑거, 밥 케인 듀오 그리고 당시 밥 케인의 어시스턴트로 만화계에 입문한 잉커(inker, 펜슬러의 밑그림을 잉크로 트레이스하는 사람)인 제리 로빈슨 이었습니다. 이 셋 중에 누가 먼저 조커를 생각해 내었는가에 대해서 나중에 세명 아니 핑거/케인 듀오와 로빈슨 양자가 추하게 물고 뜯는 모습을 보여줍니다만 대충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케인: 빌이 콘라드 바이트의 사진을 들고 와서 이게 바로 "조커"다 라고 먼저 말했다.
제리 로빈슨: 트럼프의 조커카드를 바탕으로 내가 아이디어를 냈으니 내가 만든 것이다. 빌은 내 스케치를 보고 "콘라드 바이트 같네"라고 이야기 했을 뿐이다



미소의 비밀

어느 쪽의 이야기가 맞든 초창기 조커의 표정은 콘라드 바이트의 걸출한 연기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 과장되고 기괴한 미소가 조커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지만 재밌는 것은 조커의 웃음이라는 현상의 본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조커의 웃음이 물리적으로 고정된 것인가 아니면 심리적으로 고정된 것인가 아니면 그냥 자주 짓는 표정에 불과한가라는 것에 대해 잘못된 선입관이 널리 알려져 있다는 이야기죠. 만약 다음과 같은 퀴즈문제가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답하겠습니까?

다음 문장은 참인가 거짓인가?
 - 조커는 화학약품에 빠져서 얼굴이 미소짓는 채로 고정되어 버렸다
    ⓐ  참              
    ⓑ  거짓

  








정답은 "거짓"입니다. 원래 만화판의 조커의 미소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조커는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지만 주로 웃는 모습을 하고있을 때가 많을 뿐이죠. TAS에서도 "웃는 채 고정된 입" 같은 것은 아예 설정에서 빠진 듯 다양한 표정의 조커를 만날 수 있습니다. 

TAS의 조커는 웃고 싶을 때만 웃는다



조커의 미소가 고정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최초로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은 팀 버튼의 영화에서 입니다만 여기서의 원인도 화햑약품 때문이 아니라 총상을 치료하기 위한 "성형수술" 때문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팀버튼의 조커에서 볼 수있는 "수술에 의한 안면기형"이라는 요소는 빅토르 위고의 "웃는남자"에서 전해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만화판의 조커를 뛰어넘어 조커의 프로토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그윈플레인"을 참조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물론 팀 버튼 이전에도 조커의 미소가 고정된 것이라는 오해가 있었습니다. 이 오해는 조커의 무기인 조커 베놈의 특징에서 기인합니다. 사람이 웃는 모습으로 고정된 채 죽어버린다라는 조커베놈의 효과에서 "고정된 미소"라는 이미지가 나왔고 그것이 조커에게 씌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조커가 스스로 조커베놈의 영향으로 고정된 미소를 가지고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근거없는 추측에 불과합니다.

최근에 그랜트 모리슨은 성형수술 실패로 미소가 고정된다는 모티브를 사용해서 조커의 모습을 바꾸는 시도를 합니다. 2006년 "배트맨 655호"에서 조커는 배트맨을 사칭한 경찰에게 얼굴에 총을 맞는 변을 당합니다. 그 덕분에 철저한 안면복구 수술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아캄 정신병원에서 성형수술이 끝난 채로 깨어납니다. 수술의 부작용으로 입이 웃는 모습으로 고정되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조커는 서서히 부활을 꿈꾸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여기서의 새로운 조커의 이미지는 "고로시야 이치"에서의 가키하라를 연상시킬 정도로 기괴한 모습입니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작품 "고로시야 이치"의 찢어진 입의 모티브(좌)는 
코믹스판 조커의 새로운 모습(중) 그리고 히쓰 레저의 조커의 모습(우)과도 연관성을 가진다
이런 귀부터 귀까지 찢어진 입은 "글래스고 스마일"(혹은 첼시 스마일)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보통 입술 끝에 살짝 칼집을 내준 후 주먹이나 발로 복부 혹은 사타구니를 가격하여
자연스럽게 찢어지게 하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영화 "갱스오브뉴욕"에도 이런 상처를 가진 사람이 나온다.


죽어도 죽지 않는 사나이
조커는 원래 2회 짜리 악당이었습니다. 인상적인 악당을 만들어줬지만 "시적정의(Poetic Justice)"라 할까요. 예고살인 같은 강도 높은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을 계속 살려두는 데에 대해 제작진들은 일종의 도덕적 책임감을 느꼈던 거죠. 그런데 조커의 죽음이 그려진 2화의 맨 마지막에는 대단히 조악하게 그려진 몇 컷이 추가되어 있는데 그 컷은 사실은 조커가 살아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편집장이었던 휘트니 엘스워쓰는 조커의 가능성을 보고 죽은 것 같지만 시체는 못찾는 식으로 조커를 살려둡니다.
"죽은줄 알았더니 시체없더라"의 패턴은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극악무도한 살인마에게 잔인한 최후를 줘야하는 도덕적 의무감과 매력적인 캐릭터를 계속 사용하고 싶은 갈등의 결과인 이런 패턴은 조커의 무서움에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불멸성을 더하는 효과를 주게 됩니다. 하지만 조커는 그의 근원적 "엽기성"때문에 시대에 의해 매장당하게 됩니다.

만화의 과격한 표현이 지탄을 받게 된 사회분위기에 편승한 미국 만화잡지협회(CMAA)는 1954년 자체검열기준이라 할 수 있는 "코믹스 코드"를 만들어 적용하기시작합니다. 이로서 만화의 황금시대는 끝나고 흔히 은시대(Silver Age)라 불리는 비교적 얌전한 시기가 도래합니다. 하는 짓마다 19금인 캐릭터인 조커에게 "은시대"는 가혹했습니다. 조커는 장난꾸러기/좀도둑 정도로 전락해 버리고맙니다. 배트맨이 부러워서 자기도 무기 벨트(펀샵에서 구입한 듯한 황당한 무기들로 가득찬)를 만들고 그걸 바꿔치기 하는 무슨 시트콤 같은 전개에 이르면 이건 조커가 아니라 크레용신짱 같은 느낌까지 듭니다.

배트맨 역시 잡법이나 잡으러 다니고 게이가 아니라는 걸 "억지로" 증명하기 위해 "강제로" 배트우먼과 연애질이나 하는 상황에서 조커의 설자리는 더 이상 없어보였습니다. 색깔을 잃어버린 배트맨은 처절한 외면을 받았고 리즈의 판매량이 바닥을 친 1964년, DC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아예 죽여 버릴까 하는 고민까지 하게 됩니다. 이 시점에 배트맨을 이끌게 된 만화계의 전설 줄리어스 슈워츠는 배트맨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면서 배트맨 진용의 몇몇의 캐릭터들을 퇴출시키게 됩니다. 

배트우먼이나 에이스, 배트마이트 같은 개그성 캐릭터, 면피성 캐릭터들이  슈워츠 시대에 퇴출된 대표적 캐릭터 였습니다. 조커는 공식적 퇴출의 길을 면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코믹스 시리즈에서 모습을 감춰버립니다. 이렇게 만화지면에서 사라진 조커는 가장 굴욕적인 모습으로 의외의 매체를 통해 재등장하게 됩니다.

1966년부터 시작된 TV판 "배트맨"은 사실 일부 배트맨 골수 팬들에겐 "묻어두고 싶은 역사"이지만 메인스트림에서는 독특하게 캠피(경쾌하게 유치)한 스타일 덕분에 커다란 인기를 얻었습니다. 슈워츠 시대의 배트맨 만화가 성공을 거둔 이유의 대부분은 이 TV시리즈의 인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배트맨 드라마의 분위기가 배트맨 만화에 역으로 영향을 미치는 악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만화 판에서 사라져 버린 "조커"는 TV시리즈 속에서 다시 탄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원래의 조커라고 보기엔 너무도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나름 악당이니 어느정도의 사악함은 가지고 있었지만 한다는 짓이라고는 젤로 파우더를 고담시 상수도에 풀어서 물은 전부 젤리로 바꾼다던지 ("엄마 수도꼭지에서 체리맛 젤로가 나와요!") 배트맨과 파도타기 경주를 한다던지 (펭귄이 했으면 훤씬 그럴듯 했을까?) 하는 짓들 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즐거운 인생을 위해선 거칠 것 없었던 연쇄살인광대 조커의 모습은 서서히 잊혀지는 듯했습니다.

왕년의 은막스타 세자르 로메로는 면도조차 거부했다.
흰 분장 밑으로 보이는 콧수염이 상당히 거슬리는 이상한 조커.



그것은 1940년대 전형적인 조커 스토리 마지막 부분, 벼랑에서 떨어져버린 조커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했습니다. 벼랑에서 떨어진 조커를 확인하기 위해 배트맨이 달려가지만 조커의 시신은 간데 없죠. 만화의 그런 모습이 보여주듯 조커의 오랜 침묵은 그의 화려한 귀환을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1973년, 무려 9년의 시간이 흐른 후, 조커는 "Joker's Five Way Revenge"이라는 에피소드로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립니다. 이 작품에서의 조커는 그야말로 꼴리는대로 죽이는 그의 본연의 모습인 "살인마"로 그려집니다. 오랜 검열의 시간을 견뎌내고 드디어 배트맨을 상대할만한 맞수의 위치로 돌아오는 순간이었습니다. 

배트맨 251호의 표지. 맨 밑의 카피는
베르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 중  "Mack the Knife"의 가사를 변형시킨 것으로 보인다. 
연쇄 살인마 "Mack"의 이미지는 다시 "살인마"로 돌아온 조커를 상징한다.


TAS에서의 조커 - 가장 큰 선물

폴 디니라는 천재적인 프로듀서에 의해 90년대에 탄생된 TV애니메이션 Batman:The Animated Series(줄여서 TAS)는 다들 아시는 대로 훌륭한 작품이었고 배트맨 시리즈에도 커다란 족적을 남겼습니다. 팀 버튼의 영화는 배트맨 프랜차이즈의 식구일 수 있어도 결코 배트맨 세계의 일부는 절대 될 수 없는, 한마디로 원작팬들에겐 찬밥신세를 받고 있는데 반해 TAS는 나름대로 원작과의 차이를 가져가면서도 지킬 것은 지켜준 의미 있는 시리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TAS판이 조커에게 준 영향 중 가장 선물은 바로 할리퀸이라는 조수 캐릭터입니다. 처음에는 우발적으로 만들어지다시피한 캐릭터였지만 배트맨에게 있어 로빈의 존재같은 조수캐릭터가 조커에게 주어짐으로서 "배트맨의 대칭"이라는 조커의 특성이 비로소 완성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결국 할리퀸 TAS에서 시작되었지만 DC코믹스의 세계에 없어서는 안될 캐릭터로 자리잡게 됩니다. 

수퍼히어로 전담 초상화가 알렉스 로스가 손을 댈 정도로
할리퀸은 배트맨 시리즈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게 되었다





팀버튼의 조커 - 캐릭터에 대한 연민
만화를 접하지 않으신 분들이 팀버튼 조커의 문제점에 대해서 실감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서 비유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10년 후 조지 루카스가 죽은 다음에 누군가 "스타워즈"를 리메이킹하겠다고 나섰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스토리 라인을 오비원이 루크의 아버지고 루크와 다스베이더의 관계를 불구대천의 원수관계라고 바꿨다고 한다면 어떤 반응들이 나올까요? 먼저 영화가 잘 만들어 진다면 나름 재밌다고 칭찬을 들을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오리지널 스타워즈가 만들어 놓은 "철학"을 뒤흔들어 놓는 것에 대해 원작 팬들은 아마 좋게 생각할 수는 없을 겁니다.(물론 리메이크 스타워즈로 스타워즈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다스베이더가 루크의 아버지라는 오리지널의 이야기 쪽에 분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팀버튼의 조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두가지 입니다. 먼저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조커=아버지의 원수"라는 해괴한 설정을 해놓은 것입니다. 배트맨 만화의 세계는 그야말로 넓고도 깊습니다. 이미 여기서 완성될 대로 완성된 설정 그리고 그 설정의 토대가 되는 세계관과 철학이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배트맨은 매우 정신적으로 불안한 캐릭터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인해 보이고 자기제어가 잘 되는 캐릭터,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캐릭터이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언제나 미칠 것이 부글거리고 있습니다. 배트맨의 불안정성을 만드는 원인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사적인 복수의 의무"입니다. 

팀버튼은 부자관계를 다룰 때 크리스 컬럼버스(홈얼론)를 방불케하는 약해빠진 모습을 보여주는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부자관계를 서술의 액자로 사용했던 "빅 피쉬"가 마치 버튼이 어설프게 제메키스 흉내를 내는 것처럼 보였던 점이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도 원작파괴의 과감함을 보이고는 결국 불완전연소에 불완전타협을 하고만 윌리웡카와 아버지의 관계의 묘사 등에서 보여지는 뭔가 불만족스러운 이야기풀이가 배트맨에서는 "복수의 완성"이라는 형태로 등장합니다. 어떤 무리수를 동원해서라도 웡카와 아버지를 화해시켰던 것 처럼 브루스 웨인이 아버지 복수를 못하고 고통에 떠는 모습을 마음이 여린 팀 버튼은 견딜 수 없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원작과의 설정차이의 문제는 제외하면 팀버튼 판의 조커는 잭 니콜슨의 신들린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흥미로운 악역입니다. 결국 니콜슨이 연기한 조커는 AFI선정 영화 속 50대 악인에 등극하는 영예를 누리게 됩니다.

"다크나이트"의 조커 - "그렇습니다 조커는 원래 무서운 겁니다"
"배트맨 비긴즈"의 끝은 이미 조커가 활동하고 있다는 암시와 함께 끝납니다. 따라서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이미 조커인 채로 등장합니다. 화학약품에 빠지고 어쩌고 하는 오리진 자체는 전혀 다뤄지지 않을 예정입니다. 화학약품에 빠졌다는 설정도 쓰이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이미 공개된 조커의 모습을 보면 피부의 흰 색은 화학약품에 의한 변색이 아닌 지워지는 메이크업으로 보입니다. 웃는 모습이라는 특징 역시 폭력의 상처로 입이 찢어진 일명 "글래스고 스마일"로 설정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이 상처 위에 붉은 립스틱을 발라 과장되게 보이게 한 모습이고 상처 자체도 마치 염증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으로 처리됩니다.
놀란의 배트맨을 보면 캐릭터들의 역할을 현대적으로 정의한 점이 강합니다. 배트맨은 닌자, 스케어크로우는 악덕 정신과 의사, 라스알굴은 사교집단의 전설적 상징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조커는 사이코패스인 테러리스트로 재해석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커의 캐릭터에 대한 깊은 탐구 보다는 마치 사고를 치고다니는 요소로 활용될 가능 성이 높습니다. 한마디로 무슨 "자연재해"처럼 다뤄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놀란 감독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다크 나이트의 중심 스토리는 하비덴트의 변화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실 팬의 입장에선 어설프게 조커의 내면을 탐구하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사고치고 사라지는 쪽이 훨씬 조커 답다는 생각입니다. 놀란 감독의 인터뷰에서 "조커는 조커 잖아요"라는 말이 바로 그런 의도를 함축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고편에서 중화기를 다루는 장면을 보면 "예측불능이라 무서운 조커"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듭니다. 굉장히 어설프게 무기를 다루는 모습은 진짜 "미친놈"처럼 보여서 불안하기 그지 없습니다. 알프레드 역을 맡은 마이클 케인 역시 히쓰레저와 함께 나오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히쓰의 미친 기운에 겁먹고 대사까지 까먹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화학적 탈색이 아니라 분명히 분장. 글래스고스마일이 부풀어 오른 것은 염증처럼 보이기도 한다.
베스트까지 갖춰입은 정장임에도 불구하고 색깔 때문에 아무거나 걸친 듯 보이기도 하는 것은
의상 디자이너의 세심한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조커를 맡은 레저의 탁월한 연기는 예고편에서 조금 씩이나마 보여집니다. 로켓런쳐를 휘두르며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발사해버리는 식의 모습은 원작의 "거칠 것 없는 조커"의 근원적 정서를 그대로 재현해냅니다. 만화 속이라는 안전거리를 뛰어 넘어 실제로 저런 예측불허의 사이코가 바로 곁에 있을 때 얼마나 무서울까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레저의 조커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의 특징인 "이들이 만약 현실에 존재한다면 이럴 것이다"라는  "상징적 리얼리즘"의 구체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커를 알고 싶은 그대를 위한 필독서
끝으로 본문 중에 소개된 작품들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Batman: Killing Joke (1988) - 알란무어 글, 브라이언 볼랜드 그림
조커의 오리진 부터 배트걸의 은퇴까지 이 후 배트맨 세계에 변화를 불어올 많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팀버튼의 배트맨에도 큰 영향을 준 작품이기도 하고 놀란 감독이 히쓰레저에게 보낸 스터디 자료 중에도
당당히 끼어있는 걸작만화 입니다. 현재 영화 개봉에 맞춰 3월에 하드커버로 스페셜 에디션이 발간되었습니다. 

2. Batman: Man Who Laughs (2005) - 에드 브루베이커 글, 덕 만키 그림
그랜트 모리슨과 함께 21세기의 배트맨을 이끌어가는 작가인 에드 브루베이커의 작품입니다.
조커와 배트맨의 첫만남을 다룬 1940년의 최초 에피소드를 재해석한 이야기로 조커에 대한 충실한
애정이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1월에 하드커버로 재발매 되었습니다. 킬링조크와 연달아 읽으면 좋습니다.

3. Batman Confidential: Lovers and Madmen (2007) - 마이클 그린 글, 데니스 커원 그림
"히어로즈"의 작가로 유명한 마이클 그린이 써나가는 "배트맨:컨피덴셜" 두 번째 이야기 입니다.
조커의 가장 최근 해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향후
작년 말로 격월 연재가 끝났고 3월말에 TPB로 발매되었습니다.

4. Batman: a Death in the Family(1988) - 짐 스탈린 글, 짐 어파로 그림
본문 중에 소개된 로빈의 죽음을 다룬 바로 그 작품입니다. 

-  본 포스트는 예전에 DP에 썼던 글을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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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화철인 | 2008/05/17 14:19 | 히어로물이라는 쾌락 | 트랙백(1) | 덧글(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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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문셋 대로 at 2008/05/23 02:04

제목 : 영화 의상 이야기(11) 배트맨, 1989 & 배트..
드디어 배트맨 시리즈 시작했습니다 ^0^ 배트맨은 감독별로 두개씩 잘라서 그리려고요. 이번은 팀 버튼의 배트맨 & 배트맨 리턴즈 다음 화는 조엘 슈마커의 배트맨 포에버 & 배트맨과 로빈 그리고 한참 기다려야겠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 & 다크나이트 (이건 나중에 다크나이트 DVD가 나오면 그때 가서야 하겠네요) 이런 순서입니다. 부지런히 그려서 다음 주에 슈마커 편 올릴게요 >_...more

Commented by 실버 at 2008/05/17 14:55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조커에게 이런 비화가 있었군요.
히스레저가 조커역을 맡고 나서 우울증으로 고생하다가 그리 되었다고 듣긴 했지만
확실히 저정도로 몰입했다면 이상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인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바르도나 at 2008/05/17 15:25
다크나이트는 결국 히스의 유작이 되어버렸지요. 빨리 개봉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Commented by cyrus at 2008/05/17 15:53
언제나처럼 좋은 포스트 잘 읽고 갑니다.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8/05/17 17:16
이 글을 보니 다크 나이트가 더욱 보고 싶어 집니다.
Commented by Delacroix at 2008/05/17 17:43
밸리에서 보고 DC인사이드의 악인을 말하는줄 알았습니다 (...) 어쨋건 잘 보고 갑니다. 다크나이트가 기대되는데요!
Commented by Mr-Bart at 2008/05/17 18:47
액화철인님의 이글루를 보아오면서 진정 과거에 봤던 히어로들에 대한 향수에 잠기곤 했습니다. 근데 도대체 Kingdom come이나 이런 작품들은 어디서 구매해야 하는걸까요... 정말 소장해놓고 뿌듯한 마음으로 향수에 잠기고 싶은데 주문을 어디서 해야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네요.T-T 혹시 구매처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갑작스런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며, 항상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많은 기대하고 있을테니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Commented by 愚公 at 2008/05/17 19:22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Commented by 뎅굴랜드 at 2008/05/17 19:24
킬링 조크가 상당히 오래 전 작품이었군요!!
Commented by 이악물기 at 2008/05/17 19:47
아, 대단합니다. 링크신고하겠습니다.
Commented by padum at 2008/05/17 20:17
안녕하세요 밸리에서 보고왔습니다. 정신없이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서양 히어로물의 세계는 너무 넓어서 파악하기 쉽지가 않은데 이렇게 한 캐릭터에 대해 정리한 글을 보니 대략 형태도 잡히네요.
Commented by 조나단 at 2008/05/17 21:15
안녕하세요, 유익한 포스팅 잘 봤습니다. 링크 신고 드려요. 알렉스 로스가 그린 할리퀸 초상화가 너무 예뻐서 월페이퍼를 찾아 깔았습니다^^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5/17 21:42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ㅂ' 역시 조커는 어떻게 보든 흥미로운 악역이예요.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내 얼굴은 웃고 있지만 내 마음은 울고 있어!" 팀버튼 조커의 대사였죠.(웃음)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05/17 22:32
조커의 모든 측면을 시원하게 짚어주시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TAS조커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 배트맨 비욘드 : 조커의 귀환 도 꽤 의미있었죠.
특히나 여기서 팀 드레이크가 당하는 고통은 거의 원작의 제이슨을 방불케 할 정도라... =)
Commented by 렉스 at 2008/05/17 23:57
항상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꾸벅.
Commented by 지나가던무명 at 2008/05/18 00:18
굿잡 'ㅅ'b
킬링 조크 어떻게 국내에서 구할 방법 없나요? 택배밖에 답이 없습니까? OTL
Commented by 청야적월 at 2008/05/18 03:19
멋진 악역은 작품의 매력을 더욱 높여주죠.
배트맨의 대표적인 악당 조커에 대해 잘 알게되었습니다. =]
Commented by FELIX at 2008/05/18 04:58
이야 정말 멋진 포스팅입니다.
Commented by winnie at 2008/05/18 13:40
줄어드는걸 아까워하며 재밌게 읽었습니다!!-_-)=b
Commented by None at 2008/05/18 17:19
로빈편이 너무 기대됩니다. 잘읽었습니다.
Commented by 액화철인 at 2008/05/18 19:40
실버님/몰입 자체가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캐릭터죠.

바르도나님/ 사실 다크 나이트는 히스의 유작은 아닙니다. 테리 길리엄의 "닥터 파르나수스의 이매지나리엄"이 마지막 작품이 될 공산이 큽니다. 유럽에서 실사부분은 다 찍고 카나다에서 블루스크린 장면만 남겨 놓고 죽었으니까요. 여기에 대해 제작진이 정말 감동적인 해법을 제시해서 다행히도 히쓰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스크린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cyrus님/ (지난 번에도 같은 말이지만 ^^)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시대유감님/ 쓰고나니 저도 더욱 보고싶어집니다.

Delacroix님/ 그것 역시 좋은 기획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DC의 악인열전 [만두유식 편]" 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

Mr-Bart님/ 개인적으로는 아마존과 instocktrade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질문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관련된 포스팅을 하나 올릴예정입니다.

우공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뎅굴랜드님/ 다크나이트리턴즈와 거의 같은 시기에 나왔던 작품이죠.

이악물기님/ 링크 감사합니다.

padum님/원작자들도 헷갈리다 포기하고 고쳐쓰는 것이 깊고 넓고 종잡을 수 없는 미 히어로의 세계입니다. 열전식과 편전식의 정리가 둘 다 필요한 듯 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나단님/ 링크 감사하고요.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크지 않은 가슴과 부드러운 바디라인이 소녀 같은 동안 여교수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절초 님/ 비키 베일에게 읊어주는 시 였죠. I'm only laughing on the outside / My smile is just skin deep / If you could see inside I'm really crying / You might join me for a weep. (난 밖으로만 웃고 있네, 내 미소는 겉 모습 뿐, 내 안을 들여다 보면 난 사실 울고 있네, 당신도 함께 울어줄지 몰라)가 원대사였습니다.

잠본이님/ 배트맨 비욘드:조커의 귀환은 TAS의 연계로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웨인 프로따쥬 테리 맥기니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니까요. 조커 캐릭터의 관점으로 본다고 해도 뭔가 인기 없는 맥기니스를 조커를 통해 웨인과 연계를 시키려는 속보이는 시도라서 기분이 언짢은 작품이긴 하지만 사실 "조커의 귀환"은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TAS조커 이렇게 죽고 다시 돌아온다 뭐 이런 느낌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배트맨 비욘드라는 시리즈에 대해 "나의 웨인의 미래는 이렇지 않아"라고 주장하고 싶은 순수주의자들에게는 사실 TAS와의 연관 자체가 끔찍하게 여겨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잠본이님께서 언급하신 극중 "조커 주니어"에 관한 이야기는 로빈에 대한 이야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하는 아주 탁월한 플롯이죠. 지적하신대로 제이슨 토드에게 벌어졌던 일을 멋지게 TV판의 형태로 해석한 케이스일 수 있습니다.

렉스님/ 항상 감사드려요

지나가던무명님/ 교보,영풍 등에서 도서구매대행도 합니다.

청야적월/ 악역이 멋진 작품을 만들죠.

FELIX님/ 감사해요

winnie/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ne/ 아아 이런 "로빈편"에 대한 예고를 실수로 해버렸군요 ㅠㅠ
Commented by ZECK-LE at 2008/05/19 15:35
오늘의 결론: 어딜가든, "그놈의 검열"이 문제군요.
Commented by 해밀 at 2008/05/20 13:56
방대한 자료 잘 봤습니다.
Commented by 시무언 at 2008/06/04 15:37
킬링 조크에서는 마지막에 조커와 배트맨의 대화가 인상깊었습니다. 배트맨이 조커를 도와주겠다고 얘기하지만 조커는 두 정신병자에 대한 농담을 하고 둘이 웃기 시작하는데, 몇번 읽어보고 나서야 그 농담이 배트맨과 조커의 현상황을 묘사한것이란 걸 알게되서 이해가 가는 동시에 조커가 완전히 미친게 아닌것 같아서 묘하더군요. 물론 그전에 싸울때 조커가 "넌 왜 웃지않지?"하면서 보이는 슬픈 표정도 인상깊었습니다.
Commented by 액화철인 at 2008/06/04 16:15
미친 사람이 다른 미친 사람보고 "내가 미쳤냐? 널 믿게"라고 하는 이야기 말이죠? 사실 배트맨도 막 웃다가 갑자기 표정이 변한 것도 자기 역시 조커가 중간쯤 건널 때 불을 껐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이겠죠. 그게 악당과 정의의 사도의 관계라면 당연하겠지만 같은 미친놈들 끼리라고 생각하면 묘해지는 겁니다. 역시 배트맨 생각해 주는 놈은 조커 밖에 없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알프레드가 섭섭)
Commented by 시무언 at 2008/06/04 23:55
확실히 배트맨과 조커같이 미친놈들의 동지의식(?)으로 엮인 선/악 관계도 없죠. 어떤 평행세계에선 렉스 루터가 영웅이고 슈퍼맨이 악당인것처럼 어떤 평행세게에선 조커와 배트맨의 역할이 바뀌어도 아이러니한 느낌이 덜 들것도 같은건 둘 다 미친놈들이기 때문이겠죠.

킬링 조크도 처음엔 배트맨이 조커에게 자신들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려던걸로 시작했죠, 아마?
Commented by None at 2008/07/15 12:46
로빈편 굉장히 기대하고있는데 요즘 바쁘신가봅니다.

소박하게 화이팅 하세요.
Commented by 주황마법사 at 2008/08/15 08:43
우와아~! 잘봤습니다. 히스 레저의 조커는 자연 재해처럼 다뤄질 것이라는 말에 액화철인님 통찰력이 대단하시는 걸 느꼈습니다^^
뭐랄까..이번 다크나이트를 보고 이번 글을 읽으면서 히스 레저가 조커한테 잡아먹혔다는 말이 새삼 섬뜩하게 다가오는군요.
Commented by 로렐라이 at 2008/08/15 19:12
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요즘 다크나이트를 보고 조커에 대해 궁금했었는데 그 궁금증이 완벽히 해결된 것 같네요. 만화책 좀 사봐야 겠어요.
Commented by 레이븐 at 2008/08/18 02:23
너무나 즐겁게 봤습니다. 요즘 조커중독이라서 더더욱 즐거웠던 것 같네요. 링크신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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