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01일
아이언맨 -마블덕후를 위한, 마블덕후에 의한

영화적 완성도를 따진다면 차라리 스파이더맨2 쪽이 훨씬 낫습니다.
그러나 "만화의 영화화"라는 가치는 "아이언맨"쪽이 훨씬 높아요.
이건 원작의 팬들을 위해서 만든 영화입니다. 그것도 구석구석 아주 대놓고 말입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마블사의 사자후입니다. "마블만화는 이렇게 영화화되어야 한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판타스틱포"라든지 "고스트 라이더", "데어데블". "엘렉트라"같은 프랜차이즈가 다른 영화사에 의해 엉망진창이 되는 걸 지켜봐야했던 마블입니다. DC는 차라리 워너사 소유니까 언제나 일정 퀄리티를 유지했지만 마블은 운좋아서 소니 픽쳐스+샘레이미 만나면 좋다가도 폭스의 팀 로스만 사장 같은 녀석을 만나면 망가지는 운명이었습니다. 1,2편 그렇게 잘만들어준 브라이언 싱어 재계약할 돈이 아까워 미적거리다가 결국 워너가 수퍼맨으로 채가게 만든 후 전작들의 영광을 하수구에 처넣은 X3같은 꼴도 겪어야만 했었죠. 그 영화는 브렛 래트너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팀 로스만의 만행이었죠.
그래서 올해 개봉하는 두개의 마블작품은 특별합니다. "아이언맨"과 "헐크", 이 두 작품은 최초로 마블사가 캐릭터판권을 넘어서 제작비를 직접 투자하는 작품입니다.
파브로 감독은 코미콘에서 만다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더 큰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럴 수가 이건 엄청난 포석이 준비되어 있더군요.
(이 후로 진행될 이야기는 "아이언맨"의 스포일러가 심하게 들어 있습니다. 왠만하면 영화를 보시고 읽으시길 권장합니다.)
마블사가 손으로 뽑은 감독 파브로는 진성 오덕임에 분명합니다. 아이언맨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작에 디테일에 그럴 필요 없는데도 집착하는 기특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토니 스타크와 페퍼 포츠와의 관계의 다이나믹스를 보면 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둘은 결코 연인사이가 아닙니다. 예고편에 키스 장면을 넣은 것은 사실 마블팬들의 실망하는 반응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낚시에 불과했죠. 사실 기네스 팰트로는 오버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결국 머니페니 정도의 장식에 불과한 캐릭터인데 말입니다. 마치 마이클 케인이 알프레드 페니워쓰를 연기하게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아니 그 연기력 별로 필요 없이 젊잖고 뻣뻣하기만 하면 되는 캐릭터를 왜 눈에 1세기 동안의 수심과 지혜를 담고 있는 듯한 연기력의 마이클 케인이 맡아?"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마이클 케인의 알프레드가 성공적인 선택이었듯 팰트로의 페퍼 역시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그정도 배우가 아니었다면 둘 사이의 아슬아슬함은 그만큼 구현되지 못했을 껍니다.
왜 만화에서 페퍼와 호건이 결혼해서 떠나는 부분을 읽으며 아쉬운 느낌이 들었던 이유가 설명이 되는 듯했습니다. 어쩌면 토니 스타크를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존재일지도 모르는 페퍼는 이 영화에서 정말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토니 스타크는 어떻게 보면 정말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가 정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부분은 기계들과의 상황 뿐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나올 때의 토니는 언제나 이용하려들고 속이려들 뿐입니다. 반면에 그가 마음을 열 때는 언제나 상처받거나 오해 받습니다.
토니 스타크의 이런 인간적 단절이라는 요소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원작에서 스타크의 "알프레드"라 할 수 있는 "에드윈 자비스"집사를 아예 인공지능으로 대체 시켜버립니다. 그래서 토니는 혼자 틀어박혀 자동소화기와 매니퓰레이터와 자비스와 툭탁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그야말로 방구석폐인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남자 확실히 겉으로 풍겨져 나오는 카리스마나 대인스킬과는 다르게 인간보다는 기계 쪽이 훨씬 편한 공대생적인 배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괴팍함이 바로 토니 스타크의 정수입니다. 여자와 로맨틱한 순간은 기억하지만 그 후에 자기가 어떤 식의 팽개치고 갔는지는 기억을 못하는 그야말로 서툰 사람입니다. 그래도 돈이 많기에 사람들이 그를 견뎌줄 뿐이죠.
영화는 아이언맨이라는 40년의 세월이 넘는 방대한 프랜차이즈를 압축시켜서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압축이라는 것이 너무나 훌륭한 솜씨로 이뤄집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원작 스테인 캐릭터의 잔혹한 비즈니스맨으로의 모습을 "자선파티장에서의 대화"라는 식으로 압축시켜 보여주는 식입니다. 아이언몽거의 본질에 대해 원작에서 스테인이 말한 "이런 거 몇개만 있으면 한 나라를 점령하는 건 식은 죽먹기"라는 대사 역시 "텐링스"의 두목 라자의 입을 빌어 그대로 재현됩니다. 테러리스트 조직 "텐링스"의 이름을 보세요. 그건 바로 아이언맨 대표숙적 만다린의 "열개의 반지"를 가리키는 말이지 않습니까? 가장 짜릿했던 순간 중 하나는 이겁니다. 스타크의 비밀작업실에서 로디(짐 로즈)가 마크 투를 보면서 눈독을 들이다가 "나중에"라고 이야기 하는 장면입니다. 워머신을 기억하는 팬들의 느낌이 어땠을 것 같습니까? 어린시절 스타크의 모습 중 "하워드 휴즈"와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이건 정말 "아이언맨"에 관한 한 편의 종합선물 세트입니다.
이런 원작에 대한 애정이 듬뿍 넘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은 파브로의 힘도 크지만 아이언맨이라면 15편도 찍겠다라고 공언한 골수 아이언 덕후, 돌아온 탕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덕분입니다. (아이언맨을 좋아해서 토니스타크 처럼 망가진 삶을 살기도 한 이라고 하면 심한 날조고...) 마치 로버트 알트만이나 왕가위의 영화처럼 배우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즉흥연기를 하게 한 파브로 감독의 기대에 다우니는 기가막히게 부응을 합니다. 토니 스타크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영화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흥연기임에 분명한 자동소화기에 대고 "잘못 쏘면 동네학교에 기증하겠다"라든지 전자석발전기 업그레이드 시에 팰트로와 주고받는 대사, 그리고 첫 시퀀스에서 병사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의 표현 등은 정말 토니스타크의 매력의 완벽재현이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어릴 적부터 아이언맨을 끼고 살았던 그의 덕후성이 뒷받침된 결과라 할 수 있는 것이죠.
아이언맨이 태어나던 1963년은 마블이 미친 듯이 주요 캐릭터를 쏟아내던 시절이었습니다. 헐크도 같은 해에 나왔었죠. 그렇게 캐릭터진을 짜던 이유는 라이벌인 DC의 Justice League에 대항할만한 크로스오버 프랜차이즈 즉 "Avengers"의 확립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역사는 반복되는 모양입니다. JL의 영화화가 계획되는 시점에서 결국 같은 해인 2008년 사이좋게 헐크와 아이언맨의 영화화를 주도하는 마블의 계획의 지향점 역시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스태프 크레딧 후에 붙는 코다 부분, 스타크의 저택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닉 퓨리 선생. "어벤져스 이니셔티브라고 들어봤는가?"라고 묻는 마지막 대사에서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파브로가 이야기 하던 "더 큰 그림"이란 말인가라는 생각 말이죠. 다음편엔 만다린이 나올 껀가 말껀가를 고민하던 것이 무척이나 사소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문제는 "아이언맨2"가 아니란 말입니다. "Avengers"일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P.S:
전반적으로 오역이 눈에 밟혔지만 그중에 특히 인센과의 대화의 자막은 많이 틀렸습니다.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인 "너 그렇게 살다 죽을래"풍의 대사가 매우 쪼잔하게 번역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만약 스타크의 변신이 갑작스럽게 느껴지신다면 그 부분의 번역의 잘못이 큽니다.
# by | 2008/05/01 00:22 | 영화라는 쾌락 | 트랙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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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MARVEL MOVIES : 아이언 맨
-영화의 주요 세일즈 포인트는 속도감 넘치는 액션과 현란한 메카닉의 향연이지만 사실 이 영화의 핵심은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성격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사건들을 펼쳐보이는 데 있다. 엄청난 유명인사에 집안도 부자이고 십대에 대학을 졸업할 정도로 천재인 데다 고철 덩어리만 갖고도 전장의 개념을 확 뒤엎을 만한 신병기를 뚝딱 만들어내는 기적의 손재주까지 갖고 있으니 이쯤 되면 마블 유니버스뿐만 아니라 슈퍼히어로계 전반을 봐도 찾아보기 힘든 엄마친구아......more
그래도 마지막 대사는 맞춰버렸습니다. 역시 대세를 따르는 군요.
되지도 않는 리스닝 실력에 객기 부린게 잘못인듯..
개인적으로는 셈 레이미씨가 헐크 제작을 맡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스파이더 맨 2에서 맨티스의 모든것을 같아 붙인 그 천연덕스러움을 잊지 못하죠.
헐크는 이미 '트랜스포터'의 모 감독이 채어가서 레이미하고는 별 가능성이...
은혈의 륜/ 라테리에 감독이 만들고 올 여름 개봉예정입니다
비공개/ 세번째 시컨스 부터 나오는 뻔뻔함에 기가 차더군요... ^^
JOHN_DOE/ 음 그부분도 상당히 웃겼는데 극장에선 저혼자 웃더군요
암적색/ 마지막 대사에 "어벤져스 이니셔티브"가 번역이 안된건 좀 그렇습니다.
잠본이/ 제대로 보셨습니다. 빌게이츠 나옵니다. 어릴 적 컴퓨터 조립 뭐 이런 부분에 함께 찍은 "합성" 사진이 나오죠.
수박귀신/ 나중에 트랜스크라입 하겠습니다.
젝리/ 데이빗 핫셀호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98년도 TV판의 닉퓨리 였습니다. 아마 지금은 하라고 해도 못하겠죠.
잠본이/ 대신답변 감사합니다.
헐크는 보셨나요? 이 영화 쪽도 내용이나 끼워넣은 부록들이 만만찮게 마블덕후들을 위한 영화라 생각됩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