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비긴즈"가 아직도 "프리퀄"이라고 알고 있는 바보들에 질려버렸다

물론 바보(Idiot)라고 부르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인 것 같다.
단지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였을 뿐(misinformed) 인데  말이다.

사실 "프리퀄"이라는 말의 발음이 좋아서 어떻게든 한 번 쯤 써먹어보고 싶어서 
마치 호치키스나 롤로덱스를 처음  써보는 10살짜리 어린애들처럼 여기저기 박고 다는 것일 수도 있다.
생소한 단어나 개념이 주는 권력에 취하는 것은 역시 얼치기 글쟁이들의 특권이다.
(나체졸업식이 젊은 그들의 특권인 것 처럼 말이다)

뉴라인시네마의 차기 대형 프로젝트인 "호빗"이 나올 때 쯤이면 이들은 신날 것이다. 얼마나 좋아 프리퀄이라고 얼마든지 이야기 할 수 있어서. 게다가 "호빗"은 프리퀄 맞다. 영화 자체의 프리퀄이 아니라 하더라도 프리퀄의 영화화다. 
그러니까  그냥 프리퀄이란 말을 쓰려면 기다렸다가 호빗 나올 때쯤 꺼내기 바란다.

팀버튼의 "배트맨"이 우리나라 관객들이 대부분이 처음 접하는 배트맨이기 때문에 다들 그게 무슨 원작인 것 처럼 생각하는데 그건 대단한 착각이다.

배트맨은 193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캐논"화 되어 있는 원작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 프랜차이즈다.
스타워즈의 원전이 "영화"라는 매체 인 것처럼 배트맨의 원전은 "코믹스"라는 매체다. 만화에서 시작되고 만화에서 계속 발전하고 있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팀버튼의 "배트맨"은 이런 세계를 영화화 시킨 작품이고 이런 배트맨이라는 "신화적(Mythical) 캐릭터"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다.
여기서 팀 버튼의 작품이 얼마나 원작의 세계관과 설정을 무시했는가 투덜거리는 것은 커다란 의미는 없다. 팀 버튼의 작품이 배트맨의 본질을 개무시하는 커다란 죄악을 저질렀지만어떤 의미에서 설정파괴는 "각색"의 또 다른 모습 이기도 하고 게다가 결과물인 영화 자체도 흥미롭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굳이 "나는 원작을 많이 안다"는 잘난 척 이외에는 커다란 의미가 없는 "차이점 지적"은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그건 다른 "아는 체"하는 글에서 신나게 다루고 있으니까) 팀버튼이 해석하고 만들어 놓은 "배트맨"이야기는 4편으로 끝났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물론 절반은 팀버튼이 구축하고 절반은 조엘 슈마허가 무너뜨린 시리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크리스토퍼 놀런이 "배트맨 비긴즈"를 시작하면서 이건 "배트맨 5"도 "배트맨 프리퀄"도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갔다. 브라이언 싱어가 만든 "수퍼맨 리턴즈"는 확실히 리차드 도너의 70년대 영화와의 연관을 "주장"하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따라서 그것은 전 세대의 이야기와 하나의 연속성 속에서 감상되어야 하는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브라이언 싱어 스스로도 그런 식의 감상을 권유한 바 있다. 하지만 "배트맨 비긴즈"제작에 임하는 크리스토퍼 놀런과 워너브라더즈의 Exec들이 보여준 태도는 그와는 달랐다. 새로운 21세기에 걸맞는 배트맨 영화 시리즈의 새로운 출범, 새로운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새로운 시리즈는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긴즈의 다음이 "배트맨(1989)"가 아니라 바로 올 해 개봉예정인 "다크나이트"인 것이다.
따라서 절대 프리퀄 아님이다.



여기까지 이야기해도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다른 비유를 들자면,  팀버튼의 배트맨시리즈와 놀런의 배트맨을 연관지으려는 행위는 리처드 챔벌린 주연의 "본 시리즈"(TV특집극)과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시리즈"(극장판)를 같은 연속성(Continuum)상에서 연관지으려운 행위 만큼이나 웃기는 일이라는 거다. 서로 포맷이 다르다고 불만이 있으신 분을 위해 포맷을 맞추자면 "어싸인먼트"의 후편이 브루스 윌리스와 리차드 기어가 나오는 "자칼"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라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 둘다 "전설적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자칼을 모델로 하고 있지만 다른 접근이지 않는가?




또 한가지
"다크 나이트"와 "다크나이트의 귀환" 역시 전혀 상관 없다.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의 귀환"은 훌륭한 작품이지만 아마 영화로 만들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아직까지 본스토리가 아닌 "가정형 미래"까지 영화화할만큼 배트맨의 골수팬베이스는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by 액화철인 | 2008/02/19 16:51 | 영화라는 쾌락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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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03/23 21:05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가장 훌륭한 영화화 사례는 아마도 배트맨 비욘드가 아닐까 합니다 (거짓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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