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이라는 음식이 있다.
기본적으로 메밀로 만든 찰기(글루텐기)가 없는 국수를 묽은 육수 그리고 동치미 국물을 적당히 섞은 냉국에 말아 먹는 모양새다. 복잡하기로 따지면 사실 홍어보다도 더 하드코어하게 힘든 한식메뉴가 바로 평양냉면이다. 평양냉면을 먹어 본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뭥미"의 반응을 보인다. 면이 쫄깃한 것도 아니고 고기국물이 진한 것도 아니다. 너무 심심한 맛에 식초나 겨자를 더하기면 그냥 식초겨자맛 밖에 안난다. 게다가 함께 주는 면수라는 따듯한 물은 육수인줄 착각하고 먹으면 상당히 낭패다. 이건 무슨 행주 삶은 물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거 맛있다고 먹는 사람들 많다. 오묘하고 섬세한 맛이 혀끝에서 실타래 풀리듯이 점차 드러나는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무슨 벌거벗은 임금님 투명 돌체앤가바나 입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그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중독성이라고 할 정도로 훌륭한 풍미다.
평양냉면이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그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다. 사람들마다 감각은 틀려서 고수(실란트로)라면 겨드랑이 냄새 같다고 질색하는 사람도 있지만 너무너무 좋아서 샐러드로 무쳐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양냉면에 대해 매력을 못느끼는 사람들의 취향도 존중받아야 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평양냉면에 대해 누군가 아무 맛도 못느낀다해서 평양냉면에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월리를 찾아라" 16페이지에 빨간 줄무늬 옷입고 안경 쓴 사람을 발견 못했다고 해서 거기에 월리가 없는 건 아니다.
어벤져스 앞 부분에서 내가 아무리 지겹고 어떤 재미도 찾지 못했다고 해서 거기 진짜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진짜 없어서 안 보일 때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가 찾을 만한 능력이 없기에 안 보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재미가 없는 게 아니라 재미를 못찾은 거다.
단연코 말하는데 어벤져스의 앞부분은 재미가 있다. 아는 사람은 알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모르는 사람들이 모른다고 타박을 줄 마음은 없지만 그 재미를 못찾은 건 잘 못만들어서가 아니라 본인이 잘 몰라서 그런 거다.
a) 아이언맨하고 헐크 밖에 안보였다는 사람. 아마도 그건 본인이 알고 들어갔던 게 아이언맨과 헐크 뿐이기 때문에 그럴 공산이 크다.
b) 수퍼들이 싸우는 동네에 호크아이와 블랙위도우가 왜끼었는지 이해가 안되는 사람은 영화를 제대로 못본 게 분명하다. 그건 그냥 그 둘이 인간이라고 되어있는 설정에 바탕을 둔 본인의 선입견과 빈약한 상상력이지 실제 영화에서 둘의 활약은 대단하게 그려졌다.
c) 큐브가 나오고 뉴욕시 파괴가 나왔다고 트랜스포머3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닭으로 요리하면 어느 식당의 음식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오히려 테서랙트와 도시파괴를 그대로 살린 점에서 난 마이클베이의 병신짓을 깔아뭉개는 조스 웨든의 패기가 느껴졌다.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영화로 만들어도 이렇게 다르게 잘 나올 수 있다고 이 연사 힘껏 외치는.
d) 캡틴아메리카라는 이름이라고 미국만세를 자동으로 연결시키시는 분들은 영화를 보다가 본인의 선입견하고 맞지 않으면 그냥 내용을 블록하고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분들인 거 같다. 캡틴과 그의 가치가 촌스럽기 때문에 벌어지는 충돌이나 코미디는 기억도 안나나? 절대 현대의 마블 코믹스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상징성은 미국만세가 아니다. 오히려 다시 찾을 수 없는 옛 가치에 대한 절망적인 향수다. 그걸 이름만 보고 판단하려 들면 그건 그냥 떨어지는 이해력의 피로에 불과하다. "퍼스트 어벤져"는 오히려 미국이란 국가가 움직이는 방식에 대한 풍자가 들어있었고 이 번 영화 미국정부의 사악한 속성에 대한 주장이 다뤄지기도 하지 않는가? (테서랙트 이용해서 무기 개발한 건 누구고 막판에 사람사는 대도시에 핵폭탄 날린 게 누구냐고)
e) 뻔한 스토리라고 폄하할 필요도 없다. 그 뻔한 스토리 재미있게 이야기 하는 게 복잡한 이야기 하는 것 보다 훨씬 힘들다. 이런 뻔한 이야기 가지고 142분 동안 사람 시선을 잡아 놓는 거야 말로 대단한 능력이다.
2.
나는 "어벤져스"가 최고의 수퍼히어로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의 난제를 가지고 씨름할 때 나올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고는 생각한다. 영화는 절묘하게 밸런스가 조정되어 있다. 모두가 멋진 대사와 장면을 가지고 있고 막판 거대한 싸움에서 병풍으로 전락하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는 블랙 위도우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호크아이에 하악될 것이다. 이건 상업영화제작에 있어서 정점의 기술을 보여준다. CG와 SFX상의 기술 뿐 아니라 스토리텔링의 기술 각본의 기술의 최고봉을 보여준다. 추후 크로스오버 기획에 대한 교과서로 쓰일만한 업적이다.
한마디로 액션영화 재미있게 봤다고 챙피해할 것 없이 그냥 닥치고 즐기면 된다는 이야기다. 정말 잘 만든 영화니까 그래도 된단 말이다.

추가:
헐크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데 자발적 변신과 우발적 변신의 차이라는 거 원작에서도 존재한다. 한마디로 화내려고 화내는 것과 그냥 빡치는 것의 차이란 말이지. 에드노튼이 나온 헐크 마지막 부분 동공이 변하는 것은 드디어 배너가 자발적 변신 스킬을 얻었다는 암시라고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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