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 포스터 문제는 난 이거라고 생각해.

선거 포스터에 포샵질하는 건 기본적으로 문제가 아니야. 그거에 대한 논쟁도 소모적일 뿐이고. 사실 했냐 안했냐보다는 어떤 생각, 어떤 의도로 했는지가 더 중요하지.

일단 홍준표 후보의 포스터를 보자구. 얼굴에 일부에 모공이 안 보일 정도로 문댔지? 하지만 이걸 가지고 거짓된 거라고 욕할 수는 없어. 이 정도 포샵은 메이크업 같은 거야. 자신의 최선을 표현하는 정성이야. 예배당 갈 때, 입사 면접 볼 때 정장 입는 거와 같은 거야. 포샵은 날조니까 하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하는 건 남녀노소 모두 쌩얼에 나체로 다녀야한다고 주장하는 거나 다름없어. 홍준표 후보의 포스터에 대해서는 그 부자연스러움에 대해 그래픽 작업한 사람의 성의 없음과 실력 부족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그걸 가지고 그 후보의 진정성을 문제 삼을 순 없지. 



일단 떡하니 떡으로 만든 꿀떡 피부. 컴 작업 하기 싫었다는 마음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선거 포스터인지 비비크림 광고인지 하회마을 관광 홍보인지...

('찾아오는 모두 이런 눈웃음 짓게되는 하회마을')


문재인 후보의 포스터가 포샵을 안 썼다고 홍보하는 거 역시 따지고 보면 그저 기믹에 불과해. 이미지를 다루는 사람들을 다 알겠지만, 스튜디오에서 조명을 켜고 더 나은 사진을 위해 조정하는 순간 이미 이미지에 변형이 가해지는 거야. 그래서 선거 벽보에 포샵을 썼네 안썼네 하는 논쟁은 무의미해. 물론 포샵 안 쓴 걸 가지고 선대위에선 "진정성의 반영"이라는 식의 홍보성 토킹 포인트를 만들어 후보의 정치 철학을 홍보하는데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대부분 후보의 포스터는 최선을 다해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안철수만 빼고. 


안철수 포스터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야. "그냥 확 찍었더니 홍보 포스터가 나왔네?"라는 식의 주장. 사뭇 선거 포스터계의 시네마 베리테라고 할 수 있지. 남들이 스튜디오 사진, 즉 화보를 걸 때, 우리는 홀로 '보도 사진'스런 물건을 걸겠다는 이런 발상은 상당히 신선하기까지해. 일반적으로 선거 포스터가 가지고 있는 철학인 "모든 정성을 들여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와는 대비되는 "아무런 꾸밈 없는 현장 속 후보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라는 자신만의 철학인 거지. 전자의 키워드가 "정성"이라면 후자의 키워드는 "진정성"이야. 


그런데 안철수 포스터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해. 저런 식으로 "진성성"을 승부수로 던졌다면 진짜로 현장 사진을 과감하게 걸어야 하는 거야. "현장 사진" 처럼 보이게 하려고 온갖 공을 들여 빚어낸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현장사진을 가지고 저 포스터를 만들려면 엄청난 레벨의 정성이 들어가.


(좌) 포스터의 밑 자료로 사용된 걸로 추정되는 실제 광주 경선 사진. 몸과 대부분의 그림자 등이 일치한다.

(우) 3번 후보 포스터 (비교를 위해 상단 일부를 크롭)



1. 배경의 균일한 초록색. 

이거 역시 후작업이 들어갔어. 사실은 내가 이 포스터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야. 이 작업자의 실력이 보이지. 실제 현장의 사진의 초록색과 푸른색이 어지럽게 어우러진 배경을 정리하고 여러 가지 조명의 간섭까지 입체적으로 구현한 현장감 넘치는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을 완성 시켰어. 진정한 그린스크린 효과. 엄지 척! 


2. 분명해진 중앙 그림자.

처음 이 사진이 공개되었을 때 그림자도 안 지웠다고 일선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비웃었는데, 위 비교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그림자를 안 지운 게 아니라 정리했어. 센터에 강하게 하나가 부각되도록. 그 현실감은 마치 3D 게임에 쓰이는 언리얼 엔진을 방불케해. 


언리얼 엔진 4.11 버전의 데모는 자연스러운 그림자 구현을 자랑한다. 




3. 상단에 박은 후보 명과 기호. 

이거 역시 다른 후보처럼 그림 위에 깔 수도 있었지만, 안철수는 달랐지. 마치 현장에서 보이는 것처럼 시점 조정을 살짝 하고 블러를 먹여서 후보 뒤에 실제 있던 것처럼 효과를 준 거야.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오른 주먹의 그림자가 3자 위에 올라가 있는 지점. 얼마나 철저히 현장 분위기를 내려고 했는지 그 노고가 느껴지는 대목이지.



4. 가슴 띠 

원래는 경선 기호 1번과 안철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을 국당 로고와 슬로건으로 교체했어. 국당명 대신에 로고만 넣은 건 아주 세련된 터치라고 생각해. 어차피 슬로건에 당명의 절반이 들어가니까. 다만 아쉬운 것은 가슴 띠 하단 부분이야. "다"자에 주목해봐. 뒤 쪽의 띠가 돌아오면서 위로 겹치잖아. 그럼 슬로건의 막자가 가려져야하는데 그냥 현상계의 법칙을 무시하는 듯 계속되고 있지. 나라면 아예 살짝 꺾이는 처리를 해서 마치 뒤 쪽 띠 부분에 끝부분이 겹칠 걸 계산해서 인쇄한 것 처럼 트릭을 줬을 텐데 아니면 아예 올라간 띠를 앞 띠의 밑으로 내렸거나. (아니 나라면 저런 작업은 아예 안 했겠지) 게다가 오른 쪽 아래에 살짝 걸친 '안철수' 이름의 마지막 ㅜ자의 꼬다리 역시 참으로 신경쓰이는 부분이야. 배경에서 보여준 철저함의 절반만이라도 보여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워.  

(좌로부터) 포스터 부분 확대, 가슴 띠 위로 겹치는 부분에 아웃라인, 원본 사진에도 있는 후면에서 돌아나온 ㅜ자



5. 머리

다음은 이 변조의 하이라이트. 바로 후보의 머리 교체야. 단순하게 다른 머리를 쓴 정도가 아니라 그 다른 머리를 좌우 반전을 해서 넣었어. (이 대목에서 포스터 속 그의 얼굴은 다른 사람이 보는 얼굴이 아닌 거울을 통해 보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라는 대단히 으스스한 생각은 여기서 길게 논하지 않을게) 



거울아 거울아 내 가르마는 왼쪽? 오른쪽?



내가 비판하고자 하는 건 사진을 저렇게 잘라 붙이고 그림자를 넣고 후보 명을 넣는 식의 사진 변조가 아니야. 그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게 추구하는 방향이고 홍보 철학, 수권 철학과 부합한다면 말이지. 그러나 이 포스터가 노렸던 방향과 실제 작업에는 괴리가 있어. 이 작업을 했다고 알려졌지만 지금은 어째 부인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듯한 이제석 씨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광고는 포장을 씌우는 작업이 아니고 벗기는 작업이다. 스튜디오에 앉아서 촬영하면 연기를 해야 한다. 가짜아니냐?"라며 다른 후보 포스터를 비판하며 마치 안 후보의 포스터는 그런 거 없이 그냥 턱 찍어서 척 만든 것처럼 이야기를 한 바 있지. 국당 홍보 담당자 역시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있었던 사진을 그대로 썼다. 포토샵 보정은 최소화하며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라고 이야기 했었어. "우린 막찍었다"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사실은 엄청난 작업을 했다는 이야기지. 

결국, 안 후보의 포스터는 벗겨내고 진짜만 보여주려 한 '의도'와 보도사진인 척하는 조작된 결과물의 충돌이란 이야기야. 표리부동이란 이야기지.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철학"과 "실재"의 괴리, 겉과 속의 다름에 대해서 불편해하지 않고 턱 내놓는 국민의당의 무신경함이야. 이런 걸로 사람들을 속일 수 있을 꺼라 생각하는 그 안일함이야. 그럴듯 해보이면 앞뒤 가리지 않고 함부로 저질러버리는 무모함이야. 어째 그럼 면들은 왠지 "지역 감정을 자극하면 다들 따라올거다"라는 박지원 대표의 최근 일련 발언들, "당원들은 거수기일 뿐이다"라는 그 당 일부 의원들의 태도, "우리는 호남1중대다"라는 그당 대변인의 발언과어째 닮아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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