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배경
크리스마스 케익이라고 이야기하면 어떤 케익을 떠올리십니까?
정통 프랑스식 제과를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이름부터 벌써 "노엘(크리스마스)"이 들어가는
부쉬드노엘을 떠올리실 것이고 영미문화권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당연히 "프룻케익(과일케익)"을 떠올리실텐데요.
어릴 적 우리나라 제과점에선 초콜렛크림과 커피크림이 들어간 스폰지 케익 위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크리스마스스러운
온갖 장식을 얹어 놓은 케익을 팔곤 했었죠. 지금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왠지 초콜렛케익을 먹어줘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스멀거리며 밀려오는 것도 사실은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 것 같아요. 당시 그 케익은 사실 빠따비스퀴를 더 만들기 쉽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스폰지케익 시트로 바꾼 일종의 변형 부쉬드노엘이었습니다. 유럽 특히 프랑스의 제과/제빵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은 일본으로부터 현대제과의 트렌드나 취향을 물려받은 흔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그 전 80년대 초 까지만 해도 보통 파운드 케익에 건과와 견과를 더 많이 넣고 위에는 번들번들한 시럽을 발라놓은
"후르츠케키"라는 물건이 우리의 크리스마스를 장식했었다고 합니다. 이는 아마도 미국의 영향 때문으로 생각이 되는 데요.
영미문화권에선 크리스마스 케익은 당연히 프룻케익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만 되면 이게 너무 범람한 나머지 지금은
크리스마스 때 성의 없이 돌리는 선물의 대명사 처럼 되어버렸죠. 사뭇 발렌타인데이 때 사무실 책상위에 굴러다니는
여직원들의 우정초콜렛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연상이 쉬울 듯 합니다.
만들기가 무척 쉬운 케익이라 로마시대때 부터 존재했었다고 하죠. 그 때엔 석류알과 잣, 건포도를 보리반죽에 섞고
화덕에서 은근한 불로 구워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점차 한 해 추수를 기념하는 기분으로 수확한 견과류나 봄부터 수확해서
설탕에 절여놓거나 말린 과일을 썰어 넣다 보니 어느 새 연말에 먹는 케익이 되어버렸고 결국 연말 최대의 명절 크리스마스와
결부되었습니다. 만들기 쉽다 보니 케익을 안만들던 사람도 크리스마스에 직접 구워 카드와 함께 친구들에게 돌리는 풍습이
생겼죠. 그러다가 20세기 초에 대량생산 프룻케익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직접 만들기 보다는 사서 보내는 식으로 변질되기
시작해서 이젠 크리스마스만 되면 그냥 발에 채이는 선물이 되어버린 거죠. 심지어는 1월이 되면 남은 프룻케익을 높이 쏘아
올리는,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천벌받을 대회까지 생길 정도가 되었습니다.
어쨌든 올해는 크리스마스에 뭔가 특별한 걸 해볼까 하다가 프룻케익을 굽기로 했습니다.
원래 예전에 즐겨 만들던 영국식 레시피가 있었는데 이젠 뭔가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어서 한참을 뒤지다가
찾은 바로 그것! 카리브해의 프룻케익이라 할 수 있는 "볼로 프레투"
결국 프룻 케익 뭐 별건가라고 생각했다가 개고생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
1. 리서치
"볼로프레투" 카리브해의 도서지역에서 쓰이는 파피아멘투語로 볼로는 케익 , 프레투는 까맣다는 뜻,
즉 문자 그대로 까만 케익이라는 뜻입니다. 이 케익을 "검게" 만드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백설탕이 아닌 흑설탕이나 심지어는 거무죽죽한 당밀을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 둘째 다크럼과 포트와인 등의
진한 색의 알콜을 사용한다는 점이죠. 이 알콜 덕분에 좀 많이 드시면 실제로 취기기 오르는 마성의 디저트이기도 합니다.
보통 술을 요리에 쓰는 경우 알콜성분이 날아가버리는데 반해 볼로 프레투의 경우는 구은 후에도 알콜기를 다소 함유하고 있어
독특한 느낌입니다. 게다가 구은 후에 술을 바르기까지 하죠. 럼을 사용하기 때문에 럼케익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있습니다.
서인도 제도 쪽으로 신혼여행 가셨던 분들은 한 번 쯤 드셔보시기도 했었던 그런 케익입니다.
볼로프레투는 보통 "신부의 케익"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름 그대로 결혼식에서 주로 먹는 케익이죠.
결혼식에는 이 검은 케익 위에 웨딩드레스를 연상시키는 흰 아이싱이나 크림을 올리기도 합니다.
결혼식 뿐아니라 생일이나 추수감사절 그리고 물론 크리스마스 처럼 축하할 일에는 빠지지 않습니다.
볼로프레투는 영국식 프룻케익과 푸딩이 카리브해에 정착된 것으로 원조와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은 재료로 구성됩니다.
a. 필링(Filling) - 충전물. 기본적으로 술에 재어 놓은 건과와 견과입니다. "카리브해의 여인들은 볼로프레투를 만들기 위해
일년전부터..."로 시작되는 전설처럼 충전물은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일년여 가까이 알콜 내지는 설탕에 절임해 놓습니다.
견과는 보통 아몬드, 피칸, 호두, 잣, 피스타치오 등이고 건과는 건포도, 건체리, 건자두, 건살구, 건대추야자, 건파인애플,
건망고 등 건조 과일이면 다 쓸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b. 술(alcohol) - 술은 주로 충전물을 재어두는 목적, 그리고 다 구워진 케익에 발라 풍미를 부여하고 보존성을 높이기 위하기
위해 쓰입니다. 보통 브랜디나 다크럼을 베이스로 포트와인이나 트리플 섹, 아마레토 등의 리큐르를 섞어 씁니다.
보통 결혼식에 쓰이는 볼로프레투가 크리스마스용 볼로프레투보다는 훨씬 알콜기가 높은 성인용입니다.
c.향신료 (Spice) - 영국식 프룻케익과 마찬가지로 볼로프레투에는 향신료가 가득들어가있어 전체적으로 이국적이고 따듯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주로 쓰이는 건 당연히 디저트 향신료의 제왕 시나몬, 그리고 육두구와 클로브,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올스파이스도 쓰이죠.
d. 케익 배치 - 일반적으로 프룻케익은 배치만들기가 까다롭지 않습니다. 계란도 그냥 흰자 노른자 구분 없이 동시에 넣고
섞어버리면 됩니다. (당연히 순조로운 에멀젼화를 위해 조금 씩 섞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볼로프레투를 일반적인 프룻케익과 차이가 나게 하는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설탕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 처럼
흑설탕과 당밀이 이용됩니다. 그래서 검고 진득한 카리브해 특유의 풍미가 생기게 됩니다. 이런 풍미를 위해서
설탕을 다소 태워서 쓰기도 하죠
이 네가지 요소만 있다면 세부적인 것에서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볼로프레투인 만큼
대단히 많은 레시피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다가 결국 제가 자주 참고하는 요리 사이트인
차우닷컴의 레시피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2. 레시피(
출처)
주의:
미국은 1그람의 차이에 연연해하지 않는 대인배적인 베이킹을 자랑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세밀하지 못하죠.
일반적으로 미국의 레시피는 무게가 아닌 부피로 재료의 양이 표기가 되는 것도 이런 경향의 표출입니다.
사실 재료를 그램단위로 달아 버릇한 사람들에게는 저으기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게다가 미국은 일본과는 달리 컵사이즈 조금 큽니다. 일본이 200ml가 1컵으로 쓰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237~240ml죠. 미국 바로 위에 있는 캐나다나 호주의 1컵이 250ml라는 것 까지 감안하면 더욱 골치아파지는 거죠.
감안 하시고 다음의 레시피를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조리양: 9X5인치 식빵틀 2개분
충전물: - 굵게 다진 통아몬드,1& 3/4 컵
- 굵게 다진 건체리, 1& 3/4 컵
- 굵게 다진 건자두, 1& 3/4 컵
- 굵게 다진 건포도, 1& 1/2 컵
- 커런트, 1& 1/4 컵
- 굵게 다진 오렌지필, 3/4 컵
- 다크럼, 1& 1/2 컵 (+ 코팅용 4테이블스푼)
- 루비포트, 1& 1/2 컵
케익:
- 중력분, 3컵
- 소금(천일염), 2 티스푼
- 베이킹 파우더, 1 테이블스푼
- 시나몬 간 것, 1/2 티스푼
- 정향(클로브) 간 것, 1/2 티스푼
- 육두구(넛멕) 간 것, 1/2 티스푼
- 버터(무염, 실온), 1 파운드 (454g)
- 황설탕, 2& 1/4컵
- 달걀 큰 것, 6개
- 바닐라 엑스트랙트, 2 티스푼
- 태운(졸인)설탕 3/4 컵
- 다크럼, 4테이블스푼, 코팅용
조리법
- 충전재 준비 : 충전재의 재료를 전부 섞고 뚜껑을 꼭 닫을 수 있는 3리터 들이 통에 넣어 잘 섞는다.
뚜껑을 잘 덮어서 어둡고 차갑고 건조한 곳에 1주일 동안 재어 놓는다.
- 케익:
1) 오븐은 섭씨150도로 예열, 중간 위치에 랙을 올린다, 두 개의 9X5인치(21.5X12.5 cm) 식빵 팬 안 쪽에 버터를 발라 놓는다.
2) 밀가루, 소금, 베이킹 파우더, 시나몬, 정향, 육두구를 커다란 보울에 섞어 놓는다.
체에 치고 저어서 공기와 섞이고 멍울이 없도록 놓아둔다.
3) 스탠드 믹서에 패들을 장착하고 버터와 설탕을 중간 속도로 창백해 질 때까지 약 3분정도 섞는다.
보울의 옆으로 밀린 것들을 긁어 내리고 다시 믹서를 중속으로 올린 후 계란을 하나씩 섞이는 걸 확인하면서
넣는다. 하나가 전부 섞인 후에 다음 계란을 넣는다. 바닐라 엑스트랙을 넣는다. 다시 보울 옆으로 올라간 재료를
긁어 내리고 믹서를 저속에 놓는다.
4) 2)의 밀가루 혼합과 1주일 재어놓은 충전물을 그리고 졸인 설탕을 3)에 넣고 잘 섞일 때까지 젓는다,
반죽은 1)에 준비한 식빵팬 두 개에 똑같이 담는다.
5) 케익 테스터로 찔러보아서 깨끗하게 나올 때까지 두시간 정도 오븐에서 굽는다.
6) 다 구워진 후 팬에 들어 있는 채로 와이어랙에 올려 30분정도 식힌다. 팬에서 케익을 빼내 랙위에 올려놓고
각각 준비된 코팅용 다크럼을 붓으로 전체 발라준다. (각각 2테이블 스푼 씩)
자르거나 먹거나 숙성시키기 전에 완전히 식힌다.
7) 숙성을 위해서는, 지퍼락백 등에 넣고 실온에 2개월까지 보관한다. 어두운 찬장이 최적의 장소.
케익 내부의 수분 때문에 질감이 변할 수 있으므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절대 금물
다음 포스팅에선 준비편을 그리고 다음 포스팅에선 제작과 시식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