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search for a hero must begin with something which every hero requires, a villain.
(영웅을 발견하는 일은 언제나 영웅의 필수조건인, '악당'을 발견하는 데서 부터 시작되지) "
- 미션 임파서블 2 中, 네코르비치 박사-
직업이 글로벌쪽(특히 영미쪽)의 마케팅/커뮤니케이션 관련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한국에 거주중이지만 감각의 조율을 위해 외국 사람같은 미디어 소비를 해야한다. 평소에 NPR과 BBC를 귀에 꼽고 살고 (팟캐스트로) TV볼 시간이 나면 그 쪽 방송을 본다. 그러다 보니 이상하게 한국에 살면서도 한국 정보는 제일 느리다. (내가 한국 미디어/방송/연예 정보를 얻는 대표적인 경로가 "이글루스"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얼마나 뒤떨어진데다가 뒤틀려져 있을지 짐작이 가시리라)
어쨌든 최근에 관련 프로모션 모니터링을 하느라 안보던 영국의 엑스팩터라는 프로를 억지로 계속 보고 있는데 이 프로는 팝아이돌/브리튼즈갓탤런 같은 선발형 리얼리티쇼로 일반인 중에서 팝스타를 뽑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잘나가는 팝디바인 리오나 루이스가 여기 출신이라는 거 보면 꽤나 영향이 있는 프로그램인듯. 제목인 엑스팩터는 팝스타가 되기 위해선 잘생긴 것, 노래잘하는 것, 춤 잘추는 것 이상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요건이 필요하다는 주장에서 나왔다. 그래서 이 쇼의 출연자들은 춤실력, 노래실력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인생 드라마와 짧은 라이브로 대중을 얼마나 매료시킬 수 있느냐를 가지고 경쟁을 한다.
쇼의 형식은 (올 시즌부터) 스튜디오 가득한 관객 앞에서 일반 오디션을 가지고 싹수가 보이는 애들을 4인 심사위원 다수결로 뽑은 후에 이 중에서 부트 캠프라는 선발과정을 거쳐 남자가수, 여자가수, 그룹, 25세이상의 4개 분야에서 각각 6명을 선발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네명의 심사위원들이 각각의 분야를 책임지게 된다. 어차피 본선에서 우승하는 건 하나니까 우승자를 자기 분야에서 내기 위한 심사위원들간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펼쳐지게 된다. 일단 24명이 네그룹으로 나뉘어 각 심사위원의 저택으로 찢어지고나서 거기서 절반이 떨어져나가는데 이 단계는 전적으로 각 심사위원의 판단에 의해 진행된다. 누가 시청자 전화투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거다. 그리고 이렇게 골라진 집단별 3인 총 12명의 후보들은 각각의 심사위원들의 포장과 훈련을 통해 단련되어 가면서 시청자투표를 통해 매주 한명 씩 떨구는 11회의 라이브쇼를 거치게 된다. 아무래도 과정이 이렇다 보니까 출연진간의 경쟁도 당연하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선 볼 수 없는 흥미진진한 심사위원간 신경전도 발생한다. 그 신경전이 때로는 도를 지나쳐 제작진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선발형 프로그램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저열한 뒷공작과 스캔들이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들어나기도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만의 매력인 듯 하다.
이번 시즌 응모자 중에는 존&에드워드 그라임이라는 쌍동이 형제가 있다. 이 형제는 얼굴은 반반하신데 노래나 춤이나 정말 심하게 떨어진다. 어느 정도냐 하면 얘들에 비하면 얼마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소리 없이 사라진 "오리"는 디바다.
외모는 이미 팝스타
이 형제, 일반오디션도 심사위원중 1인인 사이먼 카월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3:1로 통과를 하더니
24명을 가려내는 부트캠프에서도 개판인 실력을 가지고 외모빨로 통과 그리고
설마설마 하던 그룹부문 최종 3인에 선정되어 본선 라이브에까지 진출하는 이변을 창출한다.
혹자는 올해의 그룹부문 담당심사위원인 루이스 월쉬 아저씨가 동향(더블린)출신이라는 이유로 선정되었다고도 하지만
사실 이들의 그런 단순한 온정주의라기 보다는 제작진의 전략적인 행동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하다.
년 전의 아메리칸 아이돌, 본선 진출자 "산제이"를 생각해보면 분명하다. 노래는 못하지만 귀여운 외모로
꽤 오래 버텼던 산제이, 감정을 주체 못해 울음을 터뜨릴만큼 좋아하던 팬들과 산제이를 우승시켜 "아메리칸 아이돌"을
웃음거리로 만들자는 쇼의 안티들의 극렬지지와 저새끼 언제 떨어지나 라며 이를 갈며 지켜보는 산제이 본인의 안티들의
관심 속에 아메리칸 아이돌의 시청률은 생육하고 번성해갔다.
산제이가 그러했든 존&에드워드(줄여서 제드워드라고 하는 유치한 닉네임까지 얻었다)는 올해 엑스팩터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 되는 출연자 중 하나고, 그들을 지지하기 위해서 보는 사람들도 그들이 떨어지는 거 보려고 보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쇼의 중요한 인기요인 중 하나다.
엑스팩터의 탈락 방식은 이렇다. 최저투표 받은 후보 둘을 놔두고 4인의 심사위원들이 그자리에서 투표한다.
그래서 3:1이상으로 결론이 나면 그 결과에 따르지만 2:2가 되면 "데드락"이라는 상황이 발생
이렇게 되면 심사위원들의 결정이 아니라 실제 시청자 투표에서 제일 적게 받은 쪽이 탈락되는 거다.
다섯번째 라이브본선이 있던 지난 주말 드디어 존과 에드워드가 제법 노래잘하는 루시존스양과 함께
최저 2인에 들어가게 된다.
그룹담당이던 루이스 월쉬는 당연히 존과 에드워드를 지지
그리고 두 명의 여성심사위원 대니와 쉐릴은 상식을 따라 노래 훨씬 잘하는 루시존스를 지지
(쉐릴은 여성가수 담당이니까 당연히 루시존스지지)
그래서 마지막 결정권은 존과 에드워드를 이갈면서 싫어하던 사이먼 카월에게 넘어가게 된 상황.
여기 까지 왔을 때 당연히 사이먼은 루시존스를 지지하여 제드워드를 보내버릴 수도 있는데도
루시존스가 가장 적게 받았을 것이 분명한 시청자투표결과로 돌린다.
결국 제드워드 생존
아무래도 쇼는 악당이 남아있을 때 더 인기를 끄는 법 아니겠냐는 말이다.
이 거 뭐 다 돈벌자고 하는 짓이고 말이지...
프로젝트 런웨이에도 ANTM에도 후보중에 나쁜년놈들이 꼭들어가는 거 보면
픽션이나 리얼리티쇼나 드라마 만드는 메카니즘은 다 비슷한 거 아니겠냐는 말이다.
그러니까 건전한 외국미녀를 띄워주기 위해
골빈 한국미녀를 대척점에 세우는 건
대단히 뛰어난 전략이었던 거다.
봐라 다들 파닥이고 있지 않느냐고...
부록:
* 방송상식하나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은 네종류가 있는데
뉴스거리와 직업인과 앵벌이와 병신이 있다.
뉴스거리: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정보원이든 범인이든 영웅이든 운동선수든 뉴스나 다큐나 중계에 나오는 경우
직업인: 방송에 나오는 일이 고정직, 계약직인 경우
앵벌이: 앨범을 사주세요 영화를 봐주세요 드라마를 봐주세요 식당에 와주세요 등 방송을 통해 다른거 팔려는 경우
병신: 어쩌다 나와서 PD들의 장기말로 이용당하는 경우
그러니까 본인이 뉴스거리도 아니고 방송직종에서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방송통해서 팔만한 것도 없으면
그냥 방송국 카메라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거다.